인간 중심의 이기주의 반성
만유가 한동포임을 깨달아야

[원불교신문=김성택 원로교무] 요즘 전 세계 인류는 지난해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여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20여 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와 일종의 전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출현 배경은 인간이 자연을 남획하면서 불러온 필연적인 것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단상(斷想)이 떠올라 수행인의 입장에서 정리해 본다.  

 

김성택 원로교무

자연환경에 대한 경외심과 공존 필요
인간이 생존하는 자연환경, 더 넓게는 우주만유는 인간세계와 별개의 존재가 아닌 공존하는 운명체이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생존하기 때문이다. J.E. 러브록은 그의 저술 『가이아』에서 지구를 하나의 공동 생명체로 말하고 있다. 이 러브록의 저술 출간 초기에는 많은 학자들이 러브록의 주장에 반론을 폈으나 근래에는 공감하는 학자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지구의 모든 존재는 생존을 위해서 자기 몸을 보호할 기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조로 알려진 박쥐도 나름의 생존 환경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이를 파괴하면 자기 생존을 위해서 독성을 내뿜는다. 이러한 일은 다른 동물에서도 볼 수 있으며 일부 식물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찾아 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인간본위로 남획하고 남용할 것이 아니라 경외심으로 대하고 서로 상생과 은혜의 관계가 되도록 우리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 만유로서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이며, 천만 사물의 당처에 직접 불공하기를 힘써서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할지니, 이를 몰아 말하자면 편협한 신앙을 돌려 원만한 신앙을 만들며, 미신적 신앙을 돌려 사실적 신앙을 하게 한 것이니라”(『대종경』교의품 4장)이라 했고, 또한 “이 우주 만유 전체가 죄복을 직접 내려주는 사실적 권능이 있는 것을 알아서 진리적으로 믿어 나아가는 대상을 삼을 것”(『대종경』교의품 8장)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연환경에 대한 경외심과 불공(佛供)의 마음으로 상생과 공존이 되도록 자연을 대하는 정신의 필요성을 절감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만유에 대한 특성 인정하고 존중해야 
우주만유는 각각의 생명력이 있고, 생존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도 잠복기에는 무생물로 있지마는 중간매개물인 숙주를 거쳐 활동을 시작하면 생물로 바뀌면서 대부분이 생존을 위한 변화를 거듭하는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도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많은 고통과 희생자를 낳게 된다. 그러므로 우주만유를 인간의 편의 중심으로만 보고 함부로 하지 말고 비록 하찮은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 특성에 맞게 존중하고 선용하면 오히려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은혜로 보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도 있으므로 그 해독이 나타나지 않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곤충이나 미생물을 인간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여 크게 혜택을 보는 사례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가 있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이용하는 법을 알면 천하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나니라”(대종경 요훈품 35장)라고 한 것이다. 


평화로울 때 위태할 때의 준비정신 놓지 말아야
금번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각국의 자세를 보면 평소에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이를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현격한 차이를 한 눈에 지켜 볼 수 가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2003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와 2015년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신속한 조치와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관계 지역과 전국에서 모여든 의료진들의 희생적인 참여로 잘 극복하고 있으니 이는 국민 모두의 큰 행운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한국을 급성 바이러스 문제 등 위기에 잘 대처하는 모범 국가로 부르고 있으며, 학자들은 코로나 이후 한국은 첨단제품의 생산 모범국가로 나아갈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핀란드도 세계 2차 대전 직후부터 국가의 재난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기에 이번 코로나19의 세계적 재앙에도 안도하며 잘 대응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로 알려져 있으니 세계 여러 나라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인도품 4장에서, 처세의 비결로 “.....급할수록 그 마음을 더욱 늦추고 편안할 때 위태할 것 잊지 말라. 일생을 이 글대로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참으로 대장부니라”라고 하였고, 이어서 “이대로 행하는 이는 늘 안락하리라”라고 했다. 또한『원불교 교전』훈련법에서는 정기훈련과 상시 훈련법을 밝히고 있는데 그 정신이 이러한 훈련법을 통하여 실제의 일과 공부를 미리 연마하고 준비하는데 있으니 우리에게는 늘 이를 대조하고 실행하는 주의심이 요청되는 것이다.  
 

‘일원 즉 사은에 대한 보은의 도’ 지켜야
요훈품 34장에서는 “선한 사람은 선으로 세상을 가르치고, 악한 사람은 악으로 세상을 깨우쳐서, 세상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데에는 그 공이 서로 같으나, 선한 사람은 자신이 복을 얻으면서 세상일을 하게 되고, 악한 사람은 자신이 죄를 지으면서 세상일을 하게 되므로, 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야 하나니라”라고 했다. 

이러한 말씀에 의거하여 볼 때 ‘코로나19’는 세계인을 괴롭게 하는 면에 있어서는 악이 되면서도, 또한 방대하게 물질문명에 예속되어 있는 인간들에게 그간의 삶을 반조해 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발병으로 인해 세계 각지의 인류가 겪는 고통이 매우 큼은 언급할 필요가 없으나,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깊이 체감하고, 국경의 한계를 실감 할 수도 있다. 세계의 생산시설이 가동을 중단하게 되니 지상의 공기가 많이 맑아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근래에는 미세먼지의 고통이 거의 없이 지내고 있으니 자연을 선용한다면, 이는 곧 보은이 됨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원의 진리’에 바탕한 자기관리-명상과 안정, 여유, 심사, 중도행의 마음 가져야
『원불교 교전』에서는 일원의 진리와 신앙과 수행에 대하여 자상히 밝혀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쉼없는 신성과 공부심으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해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대종경』신성품 1장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만나매 먼저 그의 신성을 보나니 공부인이 독실한 신심이 있으면 그 법이 건네고 공을 이룰 것이요, 신심이 없으면 그 법이 건네지 못하고 공을 이루지 못하나니라” 했다.

신성을 기반으로 하여 정진 할 때 곧 자기성장과 인격 변화를 가져다 준다. 또한 조석으로, 또는 틈나는 대로 명상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절제력, 즉 여유와 심사(深思)와 중도행을 할 수 있는 저력이 발현되게 해야 한다. 여기에서 상생과 공존의 천지은에 대한 보은의 윤리관이 정립되고 만물을 살려 쓰는 실천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일원의 진리와 하나가 되고『정전』동포은에서의 말씀과 같이 금수, 초목과도 한 몸이 되어 함부로 베거나 꺾지 않는 자비심이 솟아날 것이니 살아있는 동물이야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연고없이는 함부로 살생하지 않게 되어 탐욕에 의한 재앙을 불러오지 않을 것이며 상생과 공존의 은적 세계관이 발현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그동안 지구촌에서 인간중심으로 살면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들을 남획하며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살아온 족적을 되돌아 보게하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고도 여겨진다. 이러한 기회에 우리 모두가 현안과제도 신속히 잘 해결하되, 자연과 인간이라는 존재의 오고 감에 대하여도 성찰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의 방향이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도 본다. 아울러 세계는 하나요, 인류는 한 가족, 만유는 한 동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0년 4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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