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대각개교절을 맞이해 원불교의 정법회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원불교가 새 시대의 정법회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법회상이란 무슨 말일까? 

원각성존 소태산대종사비명병서에는 옛날 영산회상이 열린 후 정법과 상법을 지내고 계법(말법)시대에 들어와서 바른 도가 행하지 못하고 만 생령이 고해에서 헤매는 가운데 구주이신 대종사가 출현했다고 적고 있다. 곧 대종사가 과거 정법과 상법, 말법을 지낸 후 다시 돌아온 정법회상의 주세불임을 말한 것이다. 

정법이란 부처님이 깨달은 법이 존재하고 그 법을 수행해서 깨닫는 사람이 있는 세상, 상법이란 부처님의 법이 경전에 존재하고 수행하는 사람은 있으나 깨닫는 사람이 없는 세상, 계법(말법)이란 부처님의 법이 경전에는 존재하나 수행하거나 깨닫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말한다. 불교는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시하는데, 만약 말법처럼 깨달음이 없다면 그 시대는 무한한 윤회의 고통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을 약속받은(授記) 보살들이 각자의 서원을 세워 중생을 구제한다.

중생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면 서방정토에 태어나도록 한 법장보살의 서원이나, 중생이 열 가지 선행을 하면 죽어서 도솔천정토에 태어나도록 한 미륵보살의 서원이 그것이다. 다만 이들이 머무는 정토는 깨달음의 세상이 아닌 ‘극락정토’다. 그러므로 미륵보살이 다시 세상에 태어나 깨달음을 얻어 미륵불이 되면, 도솔천의 중생들도 이 세상에 내려와 미륵불의 세 차례의 설법을 듣고 모두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 미륵신앙의 요점이다. 미륵불의 세상은 수많은 중생이 다 깨달음을 얻는 세상이니, 곧 부처님의 법이 존재하고 그것을 수행해서 깨닫는 사람이 넘치는 새로운 정법회상의 도래를 말한다. 원불교가 ‘천여래 만보살’과 ‘활불(活佛)’을 외치는 것은 대종사의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는 새로운 정법회상이 도래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대종경 전망품 16장을 보면 미륵불은 법신불의 진리가 드러나는 것이고, 용화회상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널리 행해지는 것이라고 했으니, 법신불의 진리와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새 정법을 가르쳐 주신 대종사를 미륵불이라고 해도 좋다. 원불교가 새로운 ‘정법회상’이라는 점은 곧 대승불교의 완성을 말하는 것이다. 

정산종사법어 근실편 18장에 ‘미륵불 세상이란 곧 근실한 세상’이라고 했다. 새 정법회상에서 쌓아야 할 실력은 무엇일까? 미륵불의 참 뜻인 법신불의 진리를 깨닫고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면 그것이 용화회상이요 그런 사람은 미륵불을 친견할 것이라는 대종사의 말에 답이 있을 것이다. 대각개교절을 맞아 정법회상의 의미를 새기고 모두가 활불임을 깨달아 온 세상을 용화회상으로 만드는 실천에 앞장서자.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4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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