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창밖으로 보이는 벚나무에는 어느덧 푸른 잎이 가득하다. 하늘하늘 벚꽃으로 자태를 뽐내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한낮의 뜨거운 햇빛으로 새하얀 꽃잎을 벗어야 하는 계절이다. 코로나19라는 긴박하고 위험한 시국 속에서도 춘하추동 사시의 변화는 틀림이 없다. 온 국민의 마음과 시선을 코로나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소태산 대종사에게도 봄의 기운과 함께 대각이 찾아왔다. 오랜 수행의 끝에 전에 없던 새로운 기운이 드러났으며, 대종사는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내고 온몸을 정돈하는 것으로 새 회상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로 깨달음에 대해서 정리하고 연원을 정했으며, 주변의 지중한 인연들과 함께 공부와 사업을 병진하는 원만한 회상을 열었다. 하지만 결코 그 과정은 쉽지 않았으며, 대각은 많은 고통과 방황, 좌절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이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고, 그 상황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전염병 감염이라는 공포와 이웃의 죽음이라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산업활동의 감소로 대기의 질이 좋아지는 등 자연환경이 개선되고, 세계 곳곳의 내전을 정지시켰으며, 각종 도시의 강력범죄가 줄어드는 등 역설적인 수확이 있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새로운 자아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아프리카 차드(Chad)공화국의 문인 무스타파 달렙의 글이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퍼지며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성찰을 전하고 있다.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집고 있다. 그것은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며, 일은 이제 더 이상 삶에서 우선이 아니고, 여행·여가도 성공한 삶의 척도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할 때이다. 그 준비는 자신의 정돈에서부터 시작된다. 대종사가 몸을 정돈하고 자신의 깨달음에 대해서 그 내용을 하나씩 정리했던 그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정돈은 내 몸을 깨끗이 씻고 정리하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 삶에서 과하게 늘려오기만 했던 불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에만 치우쳐 있었다면 그 생활을 정돈해서 내면의 소중함과 가족 간의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보는 자각이 필요할 때이다. 나라는 존재의 진리성과 우리 이웃, 우리 회상의 뛰어난 잠재력도 바르게 보아 ‘연대’의 지혜를 통해서 새롭게 거듭나는 일원회상을 수립해가는 우리가 되자. 대종사의 깨달음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이어져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 건설에 지혜가 되길 바란다.

[2020년 4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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