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연구소 오용석 교수

왜 명상을 하는지 근본적 자각
통합적 명상 통해 균형 회복, 확대
융합·창조·공유의 특징 드러내야

오용석 교수

[원불교신문=오용석 교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회자 되면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혁명이 곧 도래할 것 같은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불안감과 위기감을 느끼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해결하지 못하는 삶의 한 단면을 마주하고 있다. 바로 ‘삶과 죽음’ 그리고 ‘가치’의 문제이다. 코로나19로 불안해진 우리는 새삼 삶의 근본 가치와 죽음의 의미를 되물으면서 밖이 아닌 내면을 응시하는 ‘명상’에 대해 다시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때 필요한 명상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상의 방법이나 효능보다는 왜 명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명상 연구는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명상의 의학적 효과, 긍정적 정서의 고양 등과 관련하여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명상이 가진 근본 가치를 되묻고, 명상의 방법이나 효과적 측면만이 아닌 명상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고,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명상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명상은 통합적인 차원에서 명상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바라보기’, ‘자비’, ‘지혜’, ‘삶 속으로’
필자가 연구한 통합적 명상은 기존의 명상이 특정 수행법이나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을 ‘바라보기’, ‘자비’, ‘지혜’, ‘삶 속으로’라는 네 가지 명상을 관계적, 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여기서 ‘바라보기’는 팔정도의 ‘올바른 알아차림’과 ‘올바른 집중’, ‘자비’는 ‘올바른 말’과 ‘올바른 행위’, ‘지혜’는 ‘올바른 견해’와 ‘올바른 사유’, ‘삶 속으로’는 ‘올바른 정진’과 ‘올바른 생활’에 해당한다.) 

통합적 명상은 ‘바라보기’, ‘자비’, ‘지혜’, ‘삶 속으로’라는 네 가지 명상을 통해 균형을 회복하고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명상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명상을 특정 방법 혹은 효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명상의 본질적인 문제인 지혜와 자비 그리고 이타행과 사회적 실천을 중시한다. 통합적 명상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전통의 명상법이 가진 본질적 특징에 주목하고 명상을 삶과 통합시키는 것이다. 

둘째, 명상의 균형과 발전을 중시한다. 통합적 명상에서는 지혜나 자비 혹은 집중이나 이타행 등의 특정 요소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기’, ‘자비’, ‘지혜’, ‘삶 속으로’라는 네 가지 명상의 균형을 통해 인간의 의식이 계발되고 성장한다고 본다. 이러한 접근은 특정 방법이나 교리 혹은 신념을 절대시하지 않는 유연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바라보기’, ‘자비’, ‘지혜’, ‘삶 속으로’간의 상호관계를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명상’이라고 하면 집중력, 지혜, 자비 등을 계발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통합적 입장에서는 명상을 전체론적 관점에서 이해한다. 예를 들면, 지혜를 계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혜와 관련된 명상뿐 아니라 바라보기, 자비, 삶 속으로의 명상과 맞물릴 때 진정한 지혜가 계발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명상에 대한 효과 중심적 접근이 가진 명상의 부작용과 역효과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 명상은 위 도식과 같이 구조화시켜 나타낼 수 있다.


4차 산업시대에 적합한 통합적 명상 
통합적 명상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명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1700년대 말에 증기기관의 발명과 더불어 시작되어 인간의 근육으로 할 수 없는 다양한 기계장치를 만들어냈다. 2차 산업혁명은 1800년대 말에 전기의 발명과 더불어 시작되어 산업사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됐으며, 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 이후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디지털과 정보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의 의제로 제시된 것으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를 기반으로 디지털, 생물학, 물리학 등의 경계가 없어지고 상호 융합하는 기술 혁명으로 초연결성(Hyper-Connection), 초지능성(Hyper-Connection)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초연결과 초지능은 기존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상호간의 융합과 연결을 통해 극복해낸 결과를 말한다. 즉, ‘초(超)’란 기존 패러다임의 해체이며, 기존 양식의 승화이며, 기존 경계의 열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전의 단순인과적 사고가 복잡계인과로 나타난 것이며, 선형적 패턴이 비선형적으로 전개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산업혁명의 변화는 사물의 본질적 동일성을 탈피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대처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전세계는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4차 산업혁명이 갖는 자율, 융합, 창조, 연결, 공유 등의 특징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명상은 전통적인 관념이나 교리 혹은 특정 효과를 중심으로 하는 명상이 아니라 여러 전통의 명상이 가진 특징들을 통합시켜 상호간의 융합과 연결을 통해 다양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기존 명상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게 할 뿐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창조력과 유연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 명상은 특정 명상이 가진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으며, 명상이 가진 고유한 특성들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관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다.


융합·창조·공유 특징 드러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정보의 공유와 연결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명상 연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제 명상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의식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바라보기’,‘자비’,‘지혜’,‘삶 속으로’라는 네 가지 명상을 활용하는 통합적 접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명상이다. 물론 통합적 접근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원리에 부합될 수 있는 융합, 창조, 공유 등의 특징이 드러나야 하며 현대사회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본 글에서 강조하는 통합적 명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명상의 패러다임을 숙고하는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시도이며 도전이다. 

■ 오용석 교수
-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 중국 남경대학 간화선(看話禪) 연구로 철학박사
-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명상학 전공 박사수료
- 명상지도사

 

[2020년 4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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