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출가 교도들이 원불교환경연대 창립과 함께 62일간 이어진 천지배은 4대강 사업반대 릴레이 대정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원불교신문=오정행 교무] 원불교환경연대가 어느새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때로는 중심에서 또 때로는 주변에서 함께해 온 지난 10년의 시간들을 조각조각 맞춰 가다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많은 인연들이 함께 했다.

원불교 환경운동의 시원은 교단 창립사에서 시작해야 할 터이지만 내 기억 속에서 원불교 환경운동의 출발은 원기72년(1987)이다. 그해 여름 영산성지에서 열린 원대연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외치던 반전 반핵의 구호는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다. 

당시 영광에는 핵발전소 6, 7호기(한빛 1, 2호기)가 가동되고 있었고 핵발전소 11, 12호기(한빛 3, 4호기)가 건설 준비 중에 있었지만 그 위험성을 인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철없는 학생들이 정부 시책에 반대한다며 걱정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렇게 시작된 핵발전소 반대운동은 핵발전소 11, 12호기, 핵발전소 17, 18호기(한빛 5, 6호기) 반대운동, 그리고 영광 핵폐기장 반대운동과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마침내 전 교단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원불교천지보은회가 창립된 것도 이 무렵으로 원불교천지보은회는 시민 사회 종교 단체들과 연대해 영광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전면에서 이끌었다.


새만금 삼보일배, 원불교 환경운동 한 획
새만금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반대하는 4대 종교 성직자들의 새만금 삼보일배도 원불교 환경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획기적 사건이었다. 원기88년 3월 28일 부안 해창 갯벌을 출발해 5월 31일 청와대 앞에 이르기까지 65일간 계속된 삼보일배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생명’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삼보일배에는 김경일 교무를 비롯,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이희운 목사가 함께 했고 부안에서 서울로 거슬러 오르는 동안 수많은 재가출가 교도들도 동참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는 우여곡절 끝에 원기91년 4월 물막이 공사를 끝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정부가 또다시 들고 나온 ‘개발’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 가운데 하나로 강을 죽이고 산을 죽이고 생명을 죽이는 대표적 환경파괴 사업이었다. 대운하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종교인들은 또다시 이를 막아내기 위한 순례에 나섰다.

원기93년 2월 12일 경기도 하성면 이기봉 전망대를 출발한 생명의 강 생명평화순례단은 한반도 대운하 예정지로 지목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수계 등을 100일간의 일정으로 순례했다. 순례단은 원불교, 불교, 천주교, 기독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성직자들이 중심이 됐다. 교단에서는 홍현두 · 김현길 교무를 중심으로 재가출가 교도들이 꾸준히 참여해 일정을 함께했으며 ‘생명의 강을 모시는 원불교 사람들’이 순례일정을 도왔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면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공언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름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꾸고 재추진하기 시작했다. 4대강 정비사업이 추진되자 종교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해 전면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원불교환경연대 창립 준비모임
원기95년 5월 10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교단사에 남을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대운하 사업의 시작과 함께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활동에 앞장서 온 젊은 교역자들을 중심으로 원불교환경연대 창립을 위한 준비모임이 꾸려진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 종교인 생명평화 100일 도보순례’를 이끌었던 홍현두 교무를 위원장으로 한 준비위원회는 5월 24일 여주 여강 둔치에서 열릴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4대 종단 연합기도회’에 발맞춰 여주교당에서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재가출가 교도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원기95년 5월 24일 여주교당에서 열린 발기인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홍현두 교무는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찍이 우주만유 일체중생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천명하셨다”라고 했고, “경산종법사께서는 우리가 지구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해 덜 먹고 덜 쓰고 덜 개발하자는 3덜 운동을 주창하셨다”라며 “원불교환경연대는 이웃 종교와 시민 단체들과 연대해 생명 평화의 길을 더욱 힘 있게 걸어 나가겠다”라고 선언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곧바로 원불교서울회관 광장에 천막교당을 설치하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과 인간의 탐욕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자연 파괴와 생명 죽임 현상을 깊이 참회하는 단식 대 정진기도를 시작했다. 5월 27일 ‘강은 흘러야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작된 릴레이 대정진 기도는 7월 28일까지 62일간 계속됐고 4대강 개발사업 중단 촉구 원불교 성직자 1039명 선언을 이끌었다. 하지만 종교, 시민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4대강 정비 사업 등 환경파괴는 계속됐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추진됐고 아름다운 구럼비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또 원기96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이어지면서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영광과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 후 한동안 묻혔던 반핵에 대한 의제도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순례
원불교환경연대는 원기97년 3월 9일 서울회관 지하 1층에 사무실을 개소하고, 이태은 사무처장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각자 현장에 기반을 둔 출가 교역자를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활동은 지속성을 갖기 힘들었으나 상근 활동가가 들어오면서 큰 변화를 갖기 시작했다. 활동가 상근과 사무실 개소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주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원불교 환경운동의 출발이 영광핵발전소 반대운동에서 비롯됐듯 원불교환경연대의 중심도 반핵운동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원기97년 들어 영광 핵발전소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이어졌다. 3월에는 한빛 2호기가 엔진 냉각수 저압력 경보로 가동 정지됐고, 7월에는 한빛 6호기가 제어봉 낙하사고로 가동 정지됐으며, 10월에는 한빛 5호기 증기 발생기 주급수 펌프 고장 사고가 있었다. 한빛 5호기는 12월에 또 변압기 계통 고장을 일으켜 불안하게 했다. 

이처럼 사고가 이어지자 원불교환경연대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영광 고창지역 반핵운동 단체들과 사고 원인규명과 안전대책 강화를 촉구했다. 11월 26일, 원불교환경연대는 영광군청 앞에서 ‘사고뭉치 영광원전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고 지역주민들에게 영광핵발전소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왜 중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며 생명평화탈핵순례의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원불교의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핵발전소 반대운동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역사적인 순간으로, 8년째인 원기105년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핵발전소 폐쇄를 위한 순례자의 기도는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살리기에서 시작해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순례까지 10년을 한길로 걸어온 원불교환경연대는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살림 천지보은’ 활동으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4월 24일 생태전환을 목표로 다음 10년을 향한 ‘원불교환경연대 10주년, 슬기로운 천지보은생활’ 행사가 시작점이 될것이다.

/원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경장교당

[2020년 5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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