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하루 5만 명에 달하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5월 6일부터 감염병 통제전략을 물리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고, 위기경보 단계의 하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할 때다.

사실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전 세계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가 사회 각 분야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 학계도 학술논문 사이트에 감염병 관련 논문을 무료 개방하고, 코로나 관련 특별 코너를 만들 정도니 지식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사회비평가들은 이번 사태가 현대 문명 전반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이른바 ‘애프터 코로나’ 세계는 예전과 다를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 핵심은 비대면·비접촉 사회화의 확산이다. 이를 전제로 교단의 미래교화 방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온라인 교화의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특히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많은 교도가 교단 밖에서 양질의 콘텐츠 소비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디지털 공간의 교화 공백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 원격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원광디지털대학교가 그 성공 사례다.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원격교육은 교육계에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었다. 이제는 학교 안과 밖의 경계가 무의미한 온라인 평생학습의 세상으로 가고 있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사람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 법회를 통해서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설교로 전달하려는 과거의 교화방식도 좀 더 열릴 필요가 있다.

셋째, 상시훈련과 정기훈련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가정과 직장에서 나 홀로 하는 상시훈련의 중요성과 질 높은 정기훈련의 필요성이 점점 강하게 대두될 것이다. 훈련으로 다져진 법력 갖춘 지도인의 문답감정 역할 역시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다. 또한 비대면·비접촉 사회화는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음공부와 은혜의 윤리가 새롭게 조명 받을 것이다. 

경계는 은혜와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경계가 아무리 커도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면 된다. 이번 경계 안에는 깨달음도 있고 은혜도 있다. 이 사태를 교단적 의두 삼아 새로운 교화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소태산이 꿈꾼 참 문명 세계를 건설하는 계기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자.  

 

[2020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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