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경 기자

연등을 만들어 불을 밝히는 관등장엄은 불교의 오랜 역사에서 전래 된 기복신앙의 문화이다. 기복신앙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는 외식장엄과 허례를 폐지하는 문화 장려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지 우리교단에서 이 관등장엄을 수용해 교도들로 하여금 관등비를 받으며 석존성탄절을 기념하고 있다. 기복적인 불교 신앙의 한 문화를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어떤 연유에서 시작됐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지방 교당에서 조금씩 관등행사를 시작할 때 교정원에서는 이를 묵인해 오다가 결국 원기52년 교정위원회에 논의되기까지 이르렀다. 

당시 교정위원회에서는 개교반백년 총회연도까지 당분간 한국 전례의 관습을 받아들여 관등행사를 겸행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의 이유는 당시 가난했던 교당들의 경제력에 상당한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다. 아마 대부분 교당에서 관등행사가 자리 잡힌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중단시키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교법정신에 맞지 않은 관등행사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았다. 가장 완강하게 반대했던 어른이 형산 김홍철 종사이다.『예전』의 기본정신에 맞지 않는 기복적인 신앙을 어찌 수용할 수 있느냐는 의견을 내세우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불교신문 24호(원기65년 5월 15일자)에 범산 이공전 종사는 ‘반성되어야할 석존성탄절행사’란 제목으로 우려의 글을 남겼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른바 관등행사로 불리는 다분히 외식적이고 기복적인 전례행사의 습용에 대한 우리의 반성이다. 이 행사가 기복적, 세속적, 미신적 요소들과 밀착돼 사찰불교에서까지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기복행사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 행할 것인가….”

진리적 종교의 신앙이 개교의 동기에서 밝힌 우리의 교법이다. 그러한 교단이 되기 위해서는 교단의 근본정신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은 개인의 등을 달지 않고 팔상등이나 사은등 정도로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도 관등비를 받고 등을 밝히는 기복적 신앙에 바탕한 문화 아닌가. 물론 몇 십 년을 이어온 교단의 관등행사를 당장 멈추자고는 할 수 없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처럼 돼 버린 교단행사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당이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불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종사의 본의에 맞지 않는 행위이며, 관등행사가 도입될 때부터 논란이 됐던 내용들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수용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자립을 위해 저축조합과 방언공사를 했던 대종사가 지금의 관등행사를 본다면 과연 어떤 말씀을 할까.

[2020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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