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근실편 24장부터 28장 사이에는 원불교에 늦게 출가한 선비가 구내에서 책임 없이 거주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감원, 사감의 지도를 잘 받지 않는 학생, 의리 없는 동지를 추방해야 한다는 학인 등 도량에서 ‘꼴’보기 사나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산종사는 이들을 단 한 사람도 버리거나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용서하고 교화해 법연을 맺어줄 것을 당부한다. 필자는 출가 후 스승님들에게 사람 꼴 잘 봐야 한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람 꼴 잘 보는 것은 무슨 공부일까? 

원불교에서는 언제나 마음공부를 한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하는 이유가 제각각이다. 자신이 당한 각종 문제에 대해 내면의 치유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사람도 있고, 일상을 통해 만족이나 여유, 행복을 찾는 방법으로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공부가 그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그 사람은 원불교 마음공부의 참 의미를 알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은 제생의세(濟生醫世)다. 고해에서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고 병든 세상을 치료하겠다는 것이며, 이 경륜을 이어 받아 실천하기 위해 모인 재가출가 교도가 원불교 교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렇게 원불교 마음공부는 안으로 자신의 성불을 추구하는 개인 수행의 의미도 있지만, 밖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병든 세상을 고치기 위한 수행의 기초를 닦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더 본질적이다. 

안으로 자기가 곧 부처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마음공부 수행의 요체가 된다면, 밖으로 주위의 모든 존재들이 부처라는 것을 알아서 부처로 받들어 가는 것이 세상을 구제하는 마음공부 신앙의 요체가 된다. 다만 아무리 안으로 부처되는 마음공부에 열성으로 임하더라도 자신의 주변을 부처로 모시는 불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기 좋은 납도끼처럼 마음공부의 참다운 공효(功效)를 볼 수 없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깨달음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곧 부처인줄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부처로 섬기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 꼴을 잘 본다는 것은 우선 내가 부처임을 알고, 상대방도 나에게 죄 주고 복 주는 권능을 가진 부처임을 알아서 서로를 부처로 섬기는 삶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원불교의 마음공부는 상대와 주변을 너무 ‘경계’로 대하는 자기중심의 수행에 집중해 온 경향이 있다. 이제부터는 상대를 공부할 대상인 ‘경계’가 아닌 나를 살려주는 ‘부처’로 여기고 섬기는 마음공부, 모시는 마음공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삶이 지금보다 훨씬 은혜로워지고, 참 낙원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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