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편집국장

[원불교신문=윤관명 편집국장] 전자책과 온라인 서점의 출현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츠타야 서점’은 지난달 중국에서 브랜드 확장을 위한 14억엔(160억원)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서점은 1983년 첫 개점 이후, 일본 내 1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의 진열 방식에 있다. 기존 서점들은 분야별 진열을 하지만 츠타야 서점은 ‘고객취향’에 따라 진열한다. 만약 '요리'에 관련된 코너가 있으면 책의 분야과 상관없이 ‘요리’와 관련된 소설, 실용서, 수필 등을 함께 진열한다. 심지어 요리도구와 식재료까지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을 ‘큐레이션’이라고 한다.  소비자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제품들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한다. 대신 선택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고객의 취향들을 연구하고 그들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제공 받는다. 츠타야 서점의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은 상품이 거래되는 장소를 매(賣)장이 아니라 매(買)장이라고 정의한다. 즉 판매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이다.

판매자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취향을 읽고, 나아가 그들의 삶에 필요한 것을 디자인하는 ‘기획자’가 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로나19로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 될 것이다. 교당도 예외는 아니다. 변화의 물결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아니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대도’가 세상에 드러나는 이유는 100년 전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진리가 이제는 보편적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초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는 시대가 되었다. 보편적 진리를 수많은 과학자가 증명하고, 예술가는 표현하고, 철학자는 해석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유튜브 영상으로 누구나 공유하고 있다. 종교만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진리’가 대량 생산되고 있다. 물론 진리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실천적 수행의 폭이 다를 수 있으나 대중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종교는 상실감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중들의 선택을 받아야 존재할수 있기 때문이다. 교당은 더 이상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교당은 더 이상 진리를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교도들의 삶속에 진리를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생 설계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도들의 삶을 이해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깨달음을 같은 자리에서 나누는 도반으로 만나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교(敎)당이 아닌 교(交)당에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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