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5백만, 30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수와 사망자수다. 아마 최종적으로 확진자 1천만, 사망자 백만을 넘을 것 같다. 스페인 독감 이후 세계 최강의 질병재난이다. 문제는 이번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 바이러스의 습격이 반복되면서 우리 방역당국의 대응체계는 점차 체계화되고 있다. 얼마나 잘해 왔는지 세계는 우리를 질병관리의 선진국으로 보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는 청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감염환자의 치료에 있어서는 특별한 발전이 없다.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만큼, 발열, 기침, 근육통 등 증상에 대한 대증적 투약과 산소공급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중국은 치료 매뉴얼에 중의치료와 양의치료를 병행하도록 되어있다. 그것은 사스 유행 때의 경험 때문이다. 2004년 출판된 WHO 보고서에 따르면 중의약을 참여시킨 광둥성의 사망률(3.8%)이 서의학만으로 치료한 타 지역(7% 내외) 대비 월등히 낮았다. 이 보고서에는 한약을 복용했던 의료진은 사스 발병이 전무했으나, 미복용 의료진은 64명이 발병했다는 홍콩중문대학 중의학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포함돼있다.

한의학의 초기 고전인 상한론傷寒論은 당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독감에 대한 상세한 임상경험서이다. 발열, 오한, 기침, 두통, 근육통 등 증상으로 보아 요즘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질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질병이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 약 처방 때 나타나는 각기 다른 반응에 대해 매우 상세히 관찰하고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처방을 썼다. 체질에 맞춰 다른 약을 쓴 것이다.

역사적으로 지구상의 다른 지역이 페스트, 콜레라와 같은 질병으로 초토화될 때 우리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현대에 이르러 항생제의 발전으로 세균성 질환 치료에 우리는 마법의 총알을 갖게 됐다. 하지만 마법의 총알을 갖기 전에 이미 동아시아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면역치료 체계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에는 항생제와 같은 마법의 총알이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 질병엔 총 대신 방패를 써야 한다. 내 몸에 꼭 맞는, 나만의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그래서 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맞춤 면역 강화제라면 마법의 방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약, 한의학적 치료, 한의학적 생활건강법이 모두 방패의 재료가 될 것이다.

신종 감염병 발생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가 가진 모든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양의냐 한의냐 따질 일은 아니다. 우리 한의학은 적어도 임상 역량에서 중의학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이후 오랫동안 한의학을 천대했던 결과로 생겨난 비합리적 요소들이 없지 않지만, 요즘 한의학은 정부의 연구투자지원에 힘입어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프로세스를 빠르게 확보해가고 있다. 한의학이 서의학과 함께 국가 질병 재난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제안을 정부에 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 원불교에도 제안한다. 현재 모든 출가교역자의 정기 건강 검진은 양방병원에서만 하고 있다. 양방은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의학이다. 질병이 발생했거나, 질병에 임박한 상황의 진단은 매우 발전해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조금씩 나빠져가고 있는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한의학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는 의학이다. 먼저 출가교역자부터 한·양방 통합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떨까? 

요즘 ‘코로나 이후’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활발하다. 교단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각별히 앞서나갔던 종교이다. 이제 새로운 의학, 대산종사가 염원했던 ‘일원의학’을 실제적 프로세스로 정립해나갈 때가 아닐까?

한국 한의학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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