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 보통급 10계문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대종사께서 주신 부부 사이 신의에 대한 계문을 받듭니다. 
이번 생, 짝으로 묶인 배우자를 부처님의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여 주옵시고, 서로 상생의 인연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그동안 덮어왔던 죄업이 있다면 마음 속 깊이 참회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계문으로 남을 비판하기보다 내 삶을 돌아보기를 서원하오니 크신 위력으로 호렴하여 주시옵소서. 

성현이 알려주신 부부의 세계 
이 계문을 원불교신문에 낼 수 있을까 망설이다가, 이제 40대 아줌마가 되었으니 용감하게 도전해 봅니다. 얼마 전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끝났습니다. 부부의 도가 바로 서지 않고 욕망과 애증만으로 살 때, 얼마나 서로와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드라마였습니다. 아무리 부부나 연인 간에 사랑이 깊어도 그 속에 도가 없으면 집착과 증오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1000명당 2.2명이 이혼했다고 합니다. 이혼에는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한번 맺은 부부의 연을 나누는 것은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승님들은 부부의 도를 내어주셔서 서로에게 상생이 되는 부부의 세계를 만들어가라 하신 것 같습니다. 

간음을 말며
대종사님께서는 불지품 13장에서 앞으로는 천권보다 인권이 존중되는 시대가 된다고 하셨지요. 확실히 요즈음은 누구나 원하는 방식대로 살 자유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도 된다, 나만 행복하면 된다”라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어떨까요. “간음이 죄라는 것은 사회적 잣대일 뿐, 진심으로 사랑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 서로 좋아서 그러는데 피해만 안 주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유혹이 많고 넘어지기 쉬운 시대입니다. 정서적으로 공허하고 불안할 때 더욱 흔들리기 쉽습니다. 
이럴 때 대종사님께서 보통급 제자들에게 주신 계문은 명쾌합니다. “간음을 말며.” 
우리 원불교에서는 감정 자체를 부정하거나 죄의식을 갖게 하지는 않습니다. 하늘이 때때로 맑고 흐리듯, 우리의 마음밭에도 경계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나타날 수 있지요. 다만 우리 마음공부는 나타나는 마음에 대해 본래 없는 자리를 비추어, 지혜롭게 육근 동작으로 나투라고 합니다, 온전히 살펴보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가 보입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배우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은, 하나의 진리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인과적으로도 불행이 예비된 길입니다. 신앙적으로도 동포 부처님인 배우자에게 배은이 됩니다. 수행적으로도 정신을 시끄럽게 하고 빼앗게 되어 큰 걸림돌이 됩니다. 불문에 입문한 자로서 결단코 버려야 할 길입니다. 만약 간음을 저지른 죄가 있었다면, 진심으로 진리 앞에 그리고 상처입은 분들에게 참회하고 새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탐진치에 가려 죄업을 짓기 쉬운 중생들을 위해 성현들은 새 생활을 개척하는 참회의 길을 열어주셨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부부의 도 “신의”
이 계문을 두고 나의 7년차 결혼생활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이 생의 남편에게 얼마나 신의를 다하고 있는가? 
우리 남편은 보통 사람입니다. TV와 웹서핑을 좋아하고 꿈지럭거리는 것, 잔소리듣는 것을 싫어합니다. 나는 남편을 한때 정말 미워한 적도 있었습니다. 둘다 맞벌이인데 왜 나만 집안일을 해야 하는지 때로는 화나고 외롭고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 죽으나 사나 이번 생은 꼭 함께해야 할 사람은 우리 남편이었습니다. 우리 남편은 단순하고 뒤끝도 없습니다. 마누라에게 구박받으면 자기 밥줄 떨어지는 걸 알고 눈치도 살살 볼 줄 압니다. 그럴 때는 좀 안됐기도 합니다. 
남편과 같이 살다 보니 참 공부가 많이 됩니다. 인과 공부도 하고, 감사생활 공부도 합니다. 혹시 전생에 남편에게 빚이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이번 생에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고 세상 떠날 때 웃으면서 헤어지고 싶습니다. 그리 생각하면 조금 아쉽기도 하고, 나같이 부족한 사람과 살아주는 게 고맙기도 합니다. 
남편은 내 편입니다. 수많은 인연 중 이생에 나와 짝지로 묶인 사람은 남편뿐이니, 이생에 가장 소중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만났을 때 정성을 다해 사랑하며, 끝까지 믿어주고 선연으로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님께서 간음을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2. 나는 간음과 관련한 계문을 범한 적이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어떻게 참회하겠습니까? 

3. 나는 정산종사님 말씀대로 배우자를 존중하고 신의로 대하며,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고 끝까지 고락을 한가지로 하고자 하고 있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대종경』 인도품 1~2장 
부부 사이에는 부부의 행할 바 길이 있으며, 부부 사이에 도를 행하면 덕이 나타난다고 하셨습니다. 

『정산종사법어』 세전 제3장 가정 부부의 도
부부 사이에 먼저 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화합, 신의, 근실, 공익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둘째는 신의니, 부부가 서로 그 정조를 존중히 하고 방탕하는 등의 폐단을 없이 하며 세상에 드러난 대악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고 끝까지 고락을 한가지 할 것이요.” 

『정산종사법어』 경의편 34장  
“간음계를 지키는 동시에 부부 사이라도 남색을 하지 말 것이니라.”
 
『대산종사법어』 교훈편 67장 
“첫째 서로 오래 갈수록 공경심을 놓지 말 것이요, 둘째 서로 가까운 두 사이부터 신용을 잃지 말 것이요, 셋째 서로 근검하여 자력을 세워 놓을 것이니라.” 

『불조요경』 사십이장경 31장 
한 사람이 색욕이 그치지 않음을 걱정하여 칼날로 그 음을 끊으려 했지만 부처님께서는 “그 음을 끊음이 그 마음을 끊음만 같지 못하나니…사심은 제하지 아니하고 그 음만 끊은들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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