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교도
최인경 교도

 

[원불교신문=최인경 교도]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잘하라는 것도 아니고 하기만 하면 점수를 준다는데도 시도조차 안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거친 학생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무기력한 학생들이 많다. 스스로 못하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대종사는 대종경 요훈품 12장에서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그 마음이 살아나기 전에는 어찌할 능력이 없나니라. 그러므로, 불보살들은 모든 중생에게 큰 희망을 열어 주실 원력을 세우시고, 세세 생생 끊임없이 노력 하시나니라’라고 말씀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속에서 경쟁에 지쳐서인지 스스로 공부 못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으로 규정짓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들의 마음에 희망을 열어주는 일이 우선이 아닌가 싶다. 즉 하고자 하는 마음, 자각의 씨앗을 심어줘야 한다. 

영산성지고에서 근무할 때 영산선학대 예비교무들이 학교에 와서 원학습인성교육을 해주는 것을 도우며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방황하던 학생이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자신의 앞길을 밝게 개척해가는 모습을 보며, 교법을 활용한 프로그램과 교법으로 무장된 멘토들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심을 갖게 됐다.

성지송학중학교에서도 원학습인성교육을 도입했고 예비교무들에게 멘토링을 부탁했다. 인성과 학습을 증진시켜준다는 말에 1,2학년 중 20여 명의 아이들이 신청했고, 꾸준히 참여한 아이는 성적이 오르고 태도도 달라졌다. 아이들에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마음에서 무언가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다음 해에는 규모를 키워 1학년 전체와 2·3학년 2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이 때는 교법에 바탕한 플래너와 마음일기 기재를 꾸준히 잘하는 5명의 학생들을 서브 멘토로 선발해 별도로 교육을 시켰고 예비교무들을 도와 후배들의 플래너 점검과 멘토링을 하게 했다. 서브멘토들은 선배로서 책임감을 갖고 모범을 보이려 더 노력했고, 각자 생활과 성적 면에서 변화를 보였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모습에 동기부여가 되어 자신들도 내년에는 서브멘토가 되어보겠다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도로서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자신 없는 교도다. 그저 법회에 안 빠지려하고 아이들을 교당에 데리고 다니는 게 전부다. 또한 원불교에서 하는 일 도우려 애쓰는 게 전부인 앞 사람 따라가기 바쁜 교도이다. 그래도 나는 우리 교법이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열어주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마음공부 수업을 해주고 학생법회를 봐주는 교무에게 감사하고, 원학습인성교육을 진행해 주는 예비교무들에게도 감사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하면 이 프로그램을 우리 학교에 맞게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생 한 명이라도 더 참여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보조역할이지만 기쁘게 그리고 조금은 극성스러운 마음으로 ‘선생님, 멘토 한번 되어 보시겠어요?’ ‘00야, 원학습인성교육 한번 해봐’라며 틈 날 때마다 권해본다.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지지부진할 때도 있지만, 결국엔 진급의 길이다는 믿음으로 올해도 교무님들과 예비교무들이 우리 학교에서 마음공부, 원학습인성교육을 잘 시켜줄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본다. 

/성지송학중학교

[2020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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