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보통급 10계문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도둑이라고 하면 한밤에 담을 넘는 복면강도나, 가게의 물건을 주인 몰래 가방에 담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런 것은 누구나 범죄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요즘에는 범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세련된 도둑질도 너무나 많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나도 모르게 도둑질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과거 역사나 문화에서는 도둑질이 아니었던 것이, 시대와 법이 바뀌며 도둑질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도둑질 계문을 지키려면 무엇이 도둑질이고 아닌가를 분별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 민감함이 필요합니다. 
물건을 내 돈 주고 샀다 할지라도 내게 오는 과정에서 도둑질이 없었는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시는 커피는 구조적으로 가난한 나라 근로자들의 너무 싼 임금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그분들의 고통과 노고에 대해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도둑질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죠. 또한 세금과 공적자금도 도둑질하기 쉽습니다. 부동산 거래시 다운계약서는 세금도둑질임을 알지만, 옆에서 이전부터 다운계약서를 써왔고 다들 이렇게 한다고 하면 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 하필 내가 차액만큼 세금을 떠안아야 하는지 억울하죠. 그러나 일반인 기준이 아니라, 대종사님 제자라는 잣대를 적용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명쾌해집니다. 각종 정부지원 보조금도 내가 받는 것이 정부정책의 취지와 맞는지를 잘 분별해 받아야 합니다. 대종사께서는 특별히 공공의 물건을 취할 때 빚이 됨을 알고 조심하라 하셨는데,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도둑질과 도둑질 아닌 것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그것이 내것인가 내것이 아닌가, 정당하게 취했는가 아닌가에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내 몸, 내 집, 내 물건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고, 상대의 것은 상대의 허락을 얻어 취했다면 정당하게 취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는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깨달으신 부처님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 네 것이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 네 몸은 사은의 공물이다.” 내 몸, 내 집, 내 물건이라고 해서 온전히 나에게서 유래한 것은 아닙니다. 천지 부모 동포 법률님에게서 유래해서 그 은혜가 온통 갊아든 것입니다. 우리가 도둑질을 안하고 싶어도, 세상에 온전히 내것이라 할만한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는 이미 도둑질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가지라는 것은 아닙니다. 감사한 마음, 경외하는 마음, 잘 빌려쓰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보은하며 살면 될 것입니다. 
모두가 하나임을 알고, 내 몸이 사은의 공물임을 알고, 내가 대종사님 제자라는 것을 떠올리면 도둑질 계문을 적용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명쾌해집니다. 오늘도 보은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도둑질을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2. 살생에는 “연고가 있으면 해도 된다” 하셨지만 도둑질에는 연고가 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3. 나는 지난 한주간 “직접적으로” 내것이 아닌 것을 정당하지 않게 취한 적이 있습니까? 
4. 나는 지난 한주간 “간접적으로” 내것이 아닌 것을 피치 못하게 취한 적이 있습니까? 
5. 피치 못한 도둑질에 대해 보은하기 위해 오늘부터 무엇을 실천하겠습니까? 
나의 공부예시
1. 대종사는 우리는 하나라고 하셨는데, 도둑질을 하며 타인을 속이는 것은 곧 나를 속이는 것이고, 보통급 불제자로서 깊이 인식해야 할 하나의 진리, 일원의 진리에 어긋난 행동인 것 같습니다. 
2. 살생계문은 먹고 살기 위해 피치 못할 때가 있어서 ‘연고’가 붙지만, 도둑질은 잘 연마하면 반드시 피할 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연고’가 없는것 같습니다. 
3. 나는 직접적으로 남의 것을 훔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빌려쓰고 있습니다. 사은님께 몸도 빌려 쓰고, 집도 빌려 쓰고…
4. 생활용품 가게에 가니 물건이 너무 저렴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노동력 도둑질한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잘 쓰고 보은하겠습니다. 
5. 심고 때마다 사은님께 감사기도를 올리고, 어려운 처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 보시하겠습니다.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대종경』 실시품 17장 
잠깐이라도 방안 떠나실 때 문갑에 자물쇠를 채우셨는데, 그 이유는 공부가 미숙한 이들이 물건을 보고 죄를 지을까 하여 그 죄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실시품 37장 
대종사는 대중을 통솔하심에 네가지 엄한 경제 중 첫 번째로 “공물을 사유로 내는 것”을 들으셨습니다.

『대종경』 인도품 33장 
어떤 사람이 가게에서 성냥 한갑을 훔치다가 발각되어 모욕을 당한 것은, 성냥 한갑에 대한 경외심을 놓은 데서 욕심이 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요훈품 27장 
대종사는 “어리석은 사람은 공것이라 하면 좋아만 하고, 그로 인하여 몇 배 이상의 손해를 받는 수가 있음을 알지 못하나, 지혜있는 사람은 공것을 좋아하지도 아니하려니와, 그것이 생기면 다 차지하지 아니하고 정당한 곳에 나누어 
써서, 재앙이 따라오기 전에 미리 액을 방비하나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인과품 28장 
대종사는 어떤 선사가, 남에게 유익되지 못할 것 같은 제자를 위해 과실 몇 주를 따로 심어 먹여 살렸다고 하시면서, “정신 육신 물질로 남을 위해 일하는 바가 있다면 중인의 보시 받은 것을 먹어도 무방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빚이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27장  
정산종사는 “이 몸이 사은의 공물임을 알아, 보은은 의무임을 알라”고 하셨습니다.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52장 
정산종사는 “부처님 사업하는 데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과 소소한 물건이라도 남의 것을 불의하게 취하는 사람은 어찌될꼬”하고 질문하셨는데, 김정용 선진이 “대종사의 법설에 길에 흘린 물건이라도 줍지 말라 하시고, 흘려서 마음 아플 그 액과 물건을 같이 가져온다 하셨사오니, 마땅히 우마보로 갚거나 인도에 나되 빈천하며, 속을 많이 상하고 실물을 많이 하게 되겠나이다” 하는 대답에 대해 “그대들의 말이 다 천어로다”하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마음공부섹션 12호-2020년 4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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