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기록관리실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이는 과거를 통해 오늘의 지혜를 얻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역사가 성립되기 위해선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은 창(窓)과도 같아서 시간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은 기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었다. 원불교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원불교기록관리실이다.
 

제2보존고(간행물도서)에 보관중인 원불교신보 창간호.
제2보존고(간행물도서)에 보관중인 원불교신보 창간호.


기록관리실의 창립역사
‘기록이 교사(敎史)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걸려있는 원불교기록관리실은 현재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 3층에 자리하고 있다. 기록관리실은 원불교 기록을 효율적으로 생산·이관·수집·보존하며 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찍부터 기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 교단 분위기 속에 많은 자료를 모으는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기록관리에 대한 기관 설립은 순탄치 않았다. 

고대진 교무는 15년 전부터 교정원에 기록보존업무 분야에서 일하기를 여러 차례 간청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고 교무는 문화사회부 사적·유물·사료관리 담당 직무를 마치고 원기98년 문화사회부 도서자료실이 기록관리실로 개편되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진행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그해 7월 ‘원불교기록물관리규칙’이 제정돼 교단기록물 수집·분류·정리·보전에 대한 개념이 성립됐다. 고 교무는 국가기록원을 견문하고 한국대학기록관협의회에 참가해 기록관리 직무교육(2년)을 받고 국내외 기록관 탐방을 다니며 교단의 체계적인 기록관리를 꾀했다. 

원불교기록관리실 설립은 재원 마련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현재의 장소를 리모델링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고 교무가 박현덕 교무(원광대학교)와 함께 바닥, 천장, 벽면 자재를 구매하고 목공, 창문, 벽체 공사 등을 직접 시공하는 등 초창기 기록관리실의 출발은 고 교무의 서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


기록관리 체계를 확립하다
원불교기록관리실의 업무는 각 기관에서 생산된 기록물을 기록관리실에서 수집·정리해 전자기록화하고 보존고와 보존매체에 영구보존해 이용이 필요한 이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기록물관리실 직원들은 원불교기록물관리규칙에 따라 ▷기록물의 수집·이관 대상 선정에 관한 업무 ▷기록물 분류·정리에 관한 업무 ▷기록물의 평가·폐기·보존에 관한 업무 ▷기록물의 공개 및 이에 부수되는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역점 사업으로는 교조시대 사료·불법연구회 문서·반백년 이전 기록물 등을 대상으로 초기문서와 사진 전자기록화 사업을 들 수 있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초기음성·영상자료 등은 보존 매체와 다양한 파일 포맷으로 특별 관리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록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기록관리실 이용은 원불교 교도의 자격만을 갖추고 있다면 홈페이지(wonds.kr)로 접속해 회원가입 후 자유롭게 신청 열람할 수 있다. 기록관리실 이용 회원은 신청란을 통해 사본신청, 열람신청, 대여신청, 관람신청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기록관리에 대한 교육도 수행하고 있어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하면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제3보존고(불법연구회 사료)에 보관중인 불교정전.
제3보존고(불법연구회 사료)에 보관중인 불교정전.


기록의 궁극적인 목적은 활용
원불교기록관리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과 같은 깔끔한 디자인에 먼저 놀라게 되고, 대종사 이하 역대 선진들의 발자취를 소중하게 모셔놓은 정성에 다시 놀라게 된다.

고 교무는 “기록관리실의 근본 목적은 각 단체나 기관의 설립 취지를 기록을 통해 되돌아보고 이어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록의 궁극적인 목적은 활용이다. 많은 사람이 기록관리실을 활용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며 “기록관리실은 기록물을 사람들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물 열람을 비롯해 다양한 기록문화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교단의 기록은 선진과 후진을 이어주는 귀중한 보물이 되고 나아가 깨달음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수위단회 회의록 디지털화 사업처럼 최고결의기관의 기록물 속에서 교단의 중요한 결정 사항을 어떤 심법으로 진행하고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고자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사료로 삼는다면 후진들은 이를 통해 교단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를 얻게 될 것이다.
 

기록관으로 승격되길 바란다
최근 기록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작은 편린 속에서 수많은 상상력이 발휘돼 다양한 매체의 역사극이 새로 써지는 요즘이다. 더욱이 빅데이터의 대두로 SNS의 한 문장과 인터넷상의 클릭 한번이 데이터화 되어 개인의 취향을 읽어내는 세상이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데이터들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미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원불교기록관리실의 존재는 나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교단의 빅데이터를 이끌어가야 할 기록관리실의 위상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고 교무는 “원불교기록관리실은 사료보존을 위한 작은 기관에 불과하다. 문서와 자료, 전자기록 등 기록의 일생이 관리 될 수 있는 기록관으로 승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전무출신이 그렇겠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것은 고되고 외로운 시간이다. 대종사와 선진들의 인연으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인데 그분들의 정신을 꼭 지켜나가고 싶다”라며 “기록관리실이 출발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김대선 교무와 항상 응원해주는 오정행·박현덕 교무에게 감사드리고 특히 묵묵히 정성을 다해주는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기록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이자 미래 후진들의 소중한 정보자원이다. 우리는 선진들의 찬란한 기록유산과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기록 정신을 계승해 기록물을 안전하게 전승해야 할 책임이 있다. 원불교기록관리실을 나오며 “역사는 세상의 거울이라 하였나니, 우리 회상은 과연 어떠한 사명을 가졌으며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결실될 것인가를 잘 연구해야 한다”라는 정산종사의 법문을 마음에 새겨본다.
 

원불교 기록관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선·박지인·고대진(교무)·김덕인·서도연 교도.(왼쪽부터)
원불교 기록관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선·박지인·고대진(교무)·김덕인·서도연 교도.(왼쪽부터)

[2020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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