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24일, 10주년 세 번의 잔치
기념식·포럼·인과의 숲 나무심기
기도하고 지혜 모아 실천해온 10년

원불교환경연대 10주년 기념식은 4대강 사업에 신음하는 강을 살리기 위한 간절한 마음을 되새기는 10년 만의 기도로 진행됐다.
원불교환경연대 10주년 기념식은 4대강 사업에 신음하는 강을 살리기 위한 간절한 마음을 되새기는 10년 만의 기도로 진행됐다.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10년을 맞은 원불교환경연대가 세 번의 잔치를 펼쳤다. 잔뜩 웅크린 시기지만, 10년 전 첫 기도의 뜻을 되새기고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사회를 전망했다. 10주년이 단지 추억놀이나 그들만의 자리가 되는 것을 넘어, 세상을 이롭게하는 실천의 장도 마련했다. 알록달록 케이크나 폼나는 선물, 화려한 폭죽 대신 멈춰서 기도하고, 지혜를 나눴으며, 나무심기로 천지에 보은했다. 원기95년부터 원불교환경연대가 그래왔듯, 지금보다 나중을, 여기보다 모든 곳을, 그리고 나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한 10주년이었다.  


응답하라 2010 리멤버 이포보
24일, 경기도 여주에서 소박한 기념식 ‘응답하라 2010 리멤버 이포보’가 열렸다. 원기95년 5월 24일 여주교당에서 열린 원불교환경연대 발기인대회로부터 꼭 10년만이었다. 당시 4대강 개발에 맞선 4대종단연합기도회에 발맞춰 뗀 첫 걸음이 원불교환경연대의 시작이었고, 여주는 원불교환경연대의 고향이자 교단 환경운동의 또다른 성지가 됐다. 그동안 부단히 달려온 10년, 여주를 다시 찾은 원불교환경연대는 더 깊은 참회와 더 너른 기도를 올렸다. 당시 여주에서 환경운동에 몸담고 있었던 이항진(법명 도원) 여주시장과 원불교환경연대 1대 대표 홍현두 교무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송지용 댄스만달라 안내자의 ‘다함께 지구살림 댄스’를 함께 추는 것으로 이 자리는 막을 내렸다. 인간의 탐욕에 고통받으면서도 어떻게든 흐르고 흘러온 강은 이 날도 묵묵히 기도를 들어줬다.


코로나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
10년 전 4대강사업에 맞서 첫 기도를 올린 원불교환경연대, 지금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원불교환경연대는 전 지구촌을 강타하며 이 순간에도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기념식에 앞선 21일 열린 ‘두유노우? 포스트코로나’ 포럼은 코로나 이후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하게 한 자리였다.

원불교환경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선명 교무는 인사를 통해 “지난 10년 우리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처해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이제 작지만 담대한 걸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라고 의의를 밝혔다. 

원익선 원광대학교 교무와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발제와 10명의 패널이 함께한 포럼은 유튜브에서 실시간 생중계됐다. ‘포스트코로나 희망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원 교무는 “희망을 버리고 절망하자. 인류는 갈 길을 잃은지 오래다”라고 냉엄하게 선언하며, 이는 오직 공멸할 길로만 달려온 당연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지속가능한 문명을 위한 작은 가능성으로 “전 세계에 침묵을 선포해야한다. 마스크로 말을 침묵하게 한 것처럼 모든 욕망과 오만에 침묵해야한다. 또한 모든 것을 자신의 분수에 맞게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과 인간의 삶을 전망해 보는 10주년 포럼에는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다짐이 함께 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과 인간의 삶을 전망해 보는 10주년 포럼에는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다짐이 함께 했다.

이어 홍 소장은 “코로나19는 사람의 육체 뿐 아니라 경제나 집단의 정신건강 등 사회 전반을 공격하고 있다”라고 짚은 뒤 이러한 비극을 빚은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대해 말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무한히 긍정해온 것이다. 어떤 종류의 욕망이든 무조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무한히 생산하고 경쟁해왔으며 경제성장을 해왔다. 이러한 무한한 욕망은 하나의 신앙이 됐다”라고 진단한 그는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망에 질서를 부여해야한다. 이런 역할을 원불교를 비롯한 종교가 해줄 수 있다”라며 코로나 이후 종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각의 발제에 이어 10명의 발제자는 다양한 주제와 깊이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결속과 유대, 지구온난화를 줄일 생활 속 실천, 청년들이 마주할 경제사회, 의료용품 폐기물과 일회용품 문제, 국가적인 대안, 위기 속에 가져야할 마음과 한국판 뉴딜, 핵발전의 허상에 대한 열띤 질의응답이 오갔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몰랐던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되고 집단의 지혜가 모인 시간이었다.


고민을 넘어 실천하는 종교의 모습
이렇듯 인류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함께 풀어내고 답을 찾아온 원불교환경연대. 그러나 그 세월 동안 머리만 맞댄 것은 아니었다. 탈핵을 외치는 것을 넘어 햇빛발전을 실천했고, 전국 100개의 햇빛교당을 세워냈다. 위험한 원전을 멈추기 위해 기도만 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걸었다. 후쿠시마를 걱정만 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초대해 위로했다. 도시농부학교, 청소년 환경·에너지교육, 원불교절전소와 초록교당 그리고 탈핵정보연구소에 이르기까지, 원불교환경연대의 10년은 곧 실천이었다. 

천지은을 비롯한 원불교 교법은 원불교환경연대에 와서 대사회화 되고 세상에 널리 퍼졌다. 녹록치 않은 살림에도 10년을 지나 여전히 건재한 원불교환경연대의 힘은 바로 이 실천이다. 이태은, 조은혜, 오윤경, 김신우, 이송란 그리고 소란(유희정) 같은 훌륭한 활동가들도 이 실천 속에 성장했다. 원기100년, 유엔 파리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원불교는 ‘실천하는 종교의 모습’으로 초대받아 활동을 보고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10주년 잔치에 실천이 빠질리 없다. 기념식과 포럼 이전에 ‘인과의 숲’ 나무심기가 있었다. 17일, 의정부 수락산 자락의 텅빈 땅을 나무로 가득 채운 날, 세상에는 원불교환경연대의 여섯 번째 숲이 탄생했다.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에서 비롯된 숲밭 나무심기는 그동안 민통선 안, 우이동, 대구 동명 등에서 펼쳐져왔다.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숲의 이름은 ‘인과의 숲’.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빠르고 선명하게 알게 된 인과의 진리를 되새기고, 참회와 보은을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더욱 빠르고 선명하게 다가온 인과의 진리를 깨닫고, 참회와 보은을 실천하는 인과의 숲 나무심기가 수락마음숲밭에서 펼쳐졌다.
더욱 빠르고 선명하게 다가온 인과의 진리를 깨닫고, 참회와 보은을 실천하는 인과의 숲 나무심기가 수락마음숲밭에서 펼쳐졌다.

축하나 기념이 아닌, 더욱 반성하고 성찰하는 원불교환경연대의 10주년 나무심기는 적잖은 감동이 됐다. 전국의 교당 및 단체 등은 물론 상하이·칭다오·항주 등 해외에서도 마음을 모았다. 창립 42주년을 맞은 원불교대학생연합회에서도 42그루의 나무를 보태고 이날 대학생들이 손을 보탰다. 함께하는 숲밭디자인학교가 진행한 펀딩을 통해 500만원 이상의 후원도 모였다. 보내온 마음에도 나무를 심은 손에도 참회와 보은의 정성이 깃들어있었다.

이날 수락마음숲밭에 심어진 나무는 모두 600여 그루, 대부분 유실수이면서도 한그루도 겹치지 않는다. 세상에 이토록 많은 나무가 있다는데 놀라고, 이 모두가 어울려 하나의 숲을 이룰 수 있다는 데 두 번 놀란다. 축복하듯 이튿날부터 봄비로 쑥쑥 자라고 있는 나무들. 이들은 곧 푸르러지고 우거져 숲을 이룰 것이다. 이제 열 살이 된 원불교환경연대의 성장도 이처럼 어엿하고 울창하지 않을까. 거두는 계절, 나무마다 매달린 저마다의 열매들처럼 원불교환경연대의 결실도 귀하고 은혜로울 것이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오롯하게 하는 이들, 원불교환경연대의 두 번째 10년을 기대해본다.   

[2020년 5월 2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