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총부 설립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대중들에겐 빠르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추진 역사를 돌아보면 빠르다고만 할 수 없다. 교단 초창기부터 논의된 숙원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산종법사는 원불교신문 창간50주년 인터뷰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주총부 설립이 대산종사의 주요 경륜 사업이자, 그 이전에 대종사의 경륜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미국에 2개의 선교소 밖에 없었을 때도 대산종사는 해외종법사를 탄생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대중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펼치지 못한 채 40여 년을 끌어오게 된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또한, 미주총부 설립과 해외종법사 선출은 스승님들의 경륜 사업을 펼치는 것이니 특별한 혁신 조치가 아니라 원상복귀에 가까운 일이라고도 했다. 

대종사 이하 역대 종법사들이 왜 그토록 해외 종법사 제도와 해외총부 설립에 염념불망 했는지를 헤아려 볼 때다. 결복기를 향해 나아가는 교단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관점과 마음가짐을 새롭게 챙겨야 하겠다. 

첫째, 원불교 회상은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주의 사상은 국가와 민족, 이념 등 모든 경계를 초월한다.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교리 자체가 이미 인류 보편의 종교를 전제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 표어가 언명하듯이 물질문명의 위기에 봉착한 인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불교요 새로운 종교로서 사명에 충실하자.

둘째, 각 지역과 인심에 맞는 제도와 방편이 필요하다. 일원주의 사상이 대 자리라면 제도와 방편은 소 자리에 해당한다. 적절하게 변용하면 된다. 자치교헌 제정 과정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한국식 제도와 방편의 관성적 승계와 전파다. 한국의 원불교 시스템과 문화를 그대로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원불교는 한국 사회의 변화에도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전만 참고해서 ‘미국 원불교’를 새롭게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셋째, 각자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책임을 다하자. 미주 지역 교세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교세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아직은 자력이 미비해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 또한 미주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는 미국 원불교의 성장통이다. 어려움을 하나씩 이겨내며 우리는 새로운 원불교, 글로벌 원불교의 모습을 그려갈 것이다. 각 나라, 각 지역의 원불교가 자생력을 가지고 바로 설 때 우리가 염원하는 광대무량한 낙원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미주 지역 재가출가 동지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20년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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