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교당 이선귀 교도

평상심으로 돌려놓는 염불수행
오로지 교당·원불교로 살아온 세월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대종경』수행품에서, 부처님과 같이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수행하면 되냐는 제자의 질문에 대종사는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워 마음이 전일하면 된다고 했다. 전일한 마음으로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게 만든 큰 서원에 대해 듣고 싶어 익타원 이선귀(77·翊陀圓 李善貴·남천교당) 교도를 만났다. 

“익타원 이름값을 못하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남을 크게 도우며 더 진취적으로 활발하게 선도하라고 받은 이름인데 늘 부족합니다. 지금 하는 수행을 다음 생에 들고 가면 좀 나을까요?”

봉공활동 20여 년을 지켜봐온 김소영 부산울산교구 봉공회 총무는 “익타원님 같은 분 없다. 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주변 봉공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부산시 자원봉사센터에서 3천 시간 이상자에게 주는 금뺏지를 이미 3년 전에 수상한 그는 올해 교구 봉공회 봉사 5천 시간을 앞두고 있다.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이라 머뭇거리며 나간 교구 봉공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봉공회는 공부 다 되신 분들이 봉사하러 오는 곳이더라구요. 봉공회 다니면서 공부 많이 했어요.”

원기63년 남천교당 출범부터 시작한 봉공활동이 교당 봉공회장 20년을 비롯해 교구 봉공회까지 벌써 40여 년 세월이다. 남천교당 설립 때부터 다닌 40여 년 교당생활 동안 법회 결석 총합이 10회가 안된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기자에게 웃으며 하는 말. “오로지 교당, 오로지 원불교. 그 정신으로 삽니다. 제가 숫기는 없어도 끈기는 있어 신앙적으로 필요하다 싶으면 꼭 이뤄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30대 중반부터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교전 사경을 시작했다. 공부하는 아이들 옆에 밥상을 갖다놓고 시작한 사경이 20년 동안 수십 권의 공책으로 남았다. 정전부터 교사까지 성가만 빼고 한자 포함 끝까지 사경하면 1년이 넘게 걸려 20년 동안 17회를 마쳤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눈이 안좋아 사경에서 봉독으로 바꿔 20년째 매월 1회 완독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교전을 보면 법문이 줄줄 외워집니다. 많이 읽다보면 특히 좋은 구절, 이런 구절 저런 구절 분별이 없어져요. 다 똑같은 말씀이고 다 좋은 말씀이죠. 정치인들이 대종사님 공부를 꼭 했으면 좋겠어요. 어리석지 않게.”

시력이 흐려져 사경을 포기했을 때 마침 어느 교무님의 설법 말씀을 듣고 염불에 일심을 모으는데 재미를 붙였다. 영주 100독으로 시작해 일원상서원문 50독, 반야심경 50독, 청정주 100독, 참회게 100독, 나무아미타불 3000독을 매일 한다. 하루에 5시간, 바쁠 때는 3시간씩 해온 것이 10년이 넘었다. 걸으면서, 버스 타고 다니면서, 집안일 하면서 저절로 한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니 너무 많이 해 염주 돌리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였다. 왜 하느냐는 우문을 해봤다. 

“잡념이 제거되고 마음에 경계들이 쑥 내려갑니다. 이제는 ‘왜’라기 보다는 저절로 합니다.”

5년 전 아들에게 위기가 왔을 때도 평소 염불 공부가 큰 힘이 됐다. 아들이 극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경색으로 가족이 함께 고통을 겪어나가던 어려운 시절, 큰 경계로 휘청거릴 때마다 염불은 그를 평상심으로 돌려놨다. 

“슬픈 드라마도, 모진 시집살이도, 아들 건강도, 남편 열반도 뭐든 놀랄 것도 불안할 것도 걱정될 것도 없습니다. 상대의 화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더라구요. 남들이 보면 매정하다 싶을 거에요.”

그의 나이 20대 때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가 열반을 몇 시간 앞두고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당부했다. 애착으로 갈 길을 못가니 당신이 죽은 후 2시간 안에는 울지 말라고. 이후로 아버지, 어머니, 시어머니 등 가까운 인연 열반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서울대학교에 다니던 똑똑한 아들을 사고로 잃은 충격으로 손을 놓아버린 아버지는 두문불출 세상을 등지고 있을 때 가까운 인연에게서 초창기 전통 한지로 돼있는 원불교 교전을 선물 받았다. 독학으로 공부한 아버지는 이 법 외에는 없다며 집으로 찾아오는 인연들에게 개교의 동기를 강조하며 찬탄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맛있게 마친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했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앞으로 두 시간 쯤 후에는 사망할 것임을 정확하게 내다보며 모든 가족이 원불교에 입교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가 자식들 중에서 대종사님 법대로 살라는 당부를 가장 철저하게 지켜낼 사람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예언대로 그는 현재 오롯이 이 법이 전부다. 

오래 전 법회 후 좌담 시간에 여러 사람을 앞에 놓고 한 교도가 교당을 왜 다니느냐는 질문을 했다. 

“흔들림 없는 신앙으로 저 혼자 확실하게 대답했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부처되는 서원 앞에 작은 욕심은 아무것도 없어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대로 수행할겁니다.”

[2020년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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