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종법사는 원불교신문 창간 50주년 특집으로 진행한 특별인터뷰에서 ‘대종사의 개벽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곧 교단의 경륜’임을 강조했다. 4일 오전 10시 종법원에서 진행된 전산종법사 특별인터뷰는 본사 최정풍 사장과 직원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교정 교화 전반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됐다. 인터뷰 진행은 윤관명 편집국장이 맡았다. 공식적인 인터뷰 후에는 교정 현안에 대한 기자별 질문과 문답감정이 이어졌다. 

원불교신문이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창립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더 많았을 텐데 『원불교신보』를 창간했던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50주년을 계기로 『원불교신문』의 미래가 창창할 것 같다.


지난 육일대재에 두 분 상사님이 함께 임석하신 모습을 보면서 재가출가 교도들이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종법사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듯합니다
상사제도는 원불교에만 독특하게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정산종사께서 만들어 주셨다. 대산종사가 문열이를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좌산상사께서 큰 역할을 하셨다. 이번 육일대재에 두 어른(좌산상사, 경산상사)이 다녀가시면서 상사문화의 기틀이 잡히지 않았나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사는 할아버지 종법사이고, 종법사는 아버지 종법사다. 그러니까 교단 일은 당대 주법인 종법사 위주로 해나가고, 상사는 교단의 큰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 상사님이 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교단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종법사께서 취임하면서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라는 법문을 내주셨습니다. 4대를 준비하는 종법사님의 경륜이 담겼다고 생각됩니다
종법사 경륜이라기보다 대종사의 경륜을 실행해 가는 것이다. 대산종사는 ‘대종사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맡은 어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대종사님이 주체이다. 종법사는 재임 동안 잠시 그 기간을 책임지는 것이다. 

1대는 대종사, 2대는 정산종사, 3대는 대산종사의 기운으로 교단 역사가 이어져왔다. 4대부터는 대중 기운으로 교단을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대산종사께서 말씀하셨다. 3대 말 4대 초를 맞이하는 교단은, 다른 말로 하자면 ‘지도력 교체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지도력이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있다. 

‘새롭게’라는 것은 ‘개벽’을 말한 것이다. 나와 교단과 세상을 새롭게 하려면, 교단이 대종사의 개벽 정신으로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교단이 교법화 되어있느냐, 진리화 되어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대산종사께서 40년 전부터 ‘해외종법사’를 말씀하셨다. 그때는 해외 교당도 몇 개 없었다. 미국에 교당이 2개 있을 때였고, 선교소라고 이름 붙였다. 그 당시에도 해외종법사를 보내려고 하셨다. 해외종법사는 대종사님 경륜이기 때문이다. 종법사는 말하자면 교화의 주법이다. 교화력을 가진 사람이다. 법 있는 이가 해외에 맞게 개척을 해나가라는 것이었다. 종법사가 있어야 현지에 맞게 제도법을 쓸 수가 있다. 

미주자치를 두고 개혁조치라고 하지만, 실은 개혁조치가 아니고 원상회복이다. 대종사께서 하시려고 했던 것을 되살리는 것일 뿐이다. 결복교운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박차를 가하려면 결국 대종사께서 생각하는 원불교, 그런 교단이 되어있어야 한다. 
 

교구자치제에 대해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성년시대다. 분야별로 책임을 주고 맡겨주면 스스로 주인이 된다. 주인정신으로 책임을 지고 일을 해나가지만, 공의와 합력, 자율과 책임이 중요하다. 자력이 약한 곳은 도움을 주면서 자력을 길러주고, 법인 행정 등 행정적인 부분은 교육받으면서 합력하면 된다. 공의를 얻고, 합력하면서 주인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 교단이 앞으로 나갈 길이다. 결국 자치는 자율과 책임, 공의와 합력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 교단의 정신이다. 

법위사정에 대해서도 현장의 이해도가 다른데, 법위사정에 대한 본의나 종법사님의 구상을  전해주시지요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는 단지 교세를 키우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개벽을 하자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정신개벽을 해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신개벽을 하도록 대종사께서 교법을 만들어 주셨는데, 정신개벽의 순서가 바로 법위다. 실제로 교도들이 생활하면서, 훈련하면서, 법위가 향상될 수 있도록 교화의 체가 잡혀야 한다. 

교화 현장에서 교도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3년마다 법위사정을 계기로 신앙수행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법위사정이 도식화되면 잘못된 것이다. 공부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예비사정제를 부활했는데, 특히 항마로 가려면 수도인의 일과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3년간 상시일기와 정기훈련 을 철저히 실행시켜서 본 사정 때 검증해야 한다. 예비항마는 예비항마대로 사정을 하고, 3년 뒤 본 사정때 항마를 결정하면서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게 체제를 잡으려고 한다. 
 

3대 말 4대 초를 맞이하는 교단은
 ‘지도력 교체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지도력이 대중에게 있다. 

 

‘새롭게’라는 것은 ‘개벽’을 말한 것이다.  
교단이 대종사의 개벽 정신으로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미주자치는 개혁조치가 아니고 원상회복이다. 
대종사의 경륜을 되살리는 것일 뿐이다. 
결국 자치는 자율과 책임, 공의와 합력으로
 나아가야 할 교단의 정신이다. 

 


코로나 19의 위기 속에 점차 종교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이나 기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대 원불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요
대종사의 교법정신을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가, 이것이 중심이다. 생활시불법이다. 생활하는 불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을 대종사는 이미 밝혀주셨다. 상시응용 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불법 생활의 아주 중요한 축으로 알고 교화해야 한다. 대종사께서 변산에서 미래의 종교에 대해 말씀하실 때, 실생활에 부합되는 종교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교리가 전부 이렇게 부합돼 있다. 이런 원불교가 세상에서 환영을 받겠는가 배척을 받겠는가. 우리 교법을 확신하고 교화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종교계 의식행사가 중단되면서 원불교 봉공회의 대 사회활동이 사회교화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봉공이 교화다”라고 할 만큼 대중교화 효과가 커지고 있는데, 이 시대 원불교 봉공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봉공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봉공 사업이 모범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원불교의 봉공 정신과 정성이 남다르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봉공을 통해서 원불교가 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우리의 본분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본분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원불교를 믿으면 사람이 된다’, ‘원불교 들어갔더니 사업도 잘되더라’, ‘원불교를 믿으면 생활에 도움이 된다.’ 원불교 소문이 사회에 이렇게 나면 좋겠다.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을 위한 교단의 책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교화, 통일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교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자원 받아서 훈련을 시켰다. 지금은 그 제도가 없어진 것 같은데,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재가교화자 양성도 통일교화 측면에서 대비를 해야 한다. 교단의 어른들이 다 통일을 말씀하셨다. 통일은 어느 때 되어도 되는 것이다. 통일교화를 위한 기금 조성과 교역자 양성에 대비하자.


교정원장 재임 시절 교구자치를 위한 총부조직구조 개편을 구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총부의 규모나 기능, 현재 구상하고 계신 교화단 관리본부에 대해서도 말씀 해주십시오
지금 미국 같은 경우는 각 교당 마다 법인이다. 그러면 중앙에 법인이 있을 필요가 없다. 자율로 할 수 있으면 자율로 하자는 것이 교단 방향이다. 중앙행정은 통제가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이다. 

대교구가 해외총부하고 격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자율성이 강화되면 중앙총부 또한 규모가 클 필요가 없다. 중앙총부는 국가를 상대로 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고, 대교구별로 총부와 같은 자치 권한을 주는 것이다. 서울은 교화활동지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어른들이 대전이 수도가 된다고 했는데, 결국 세종시는 수도가 될것이고, 계룡지역은 외총부가 될 것이다. 
 

● 다음은 기자별 질문 중 선별했다. 
분별 주착심으로 시시로 마음 난리를 겪고 있는 모습에 때론 의기소침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퇴굴심 없이 마음의 상을 뗄 수 있을까요

상을 떼려면 상 없는 자리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르면 상 떼기가 어렵다. 상 없는 자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원상을 일체중생의 본성이라고 한다. 본성이 무슨 말인가? 본성은 요란함이 있겠는가 없겠는가? 원처럼 텅 비었으니까 없지 않겠는가. 그것만 알면 된다. 선(禪)을 해야 한다. 선을 하면 본성이 드러난다. 


취임 직후 ‘여성교역자 제도개선’으로 정녀지원서 폐지를 발표해서 대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인종, 종교, 계급, 남녀, 소수자 등 차별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가는 가운데 대중에게 큰 의미를 던졌습니다. 현재 정녀선서를 한 교무에 대해서는 결혼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합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정녀지원서를 폐지한 적이 없다. 다만, 본인의 원에 의해서 정녀, 정남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지, 제도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 

시행 문제는, 예를 들어 정녀 선서가 이뤄진 분들은 어쩔 수 없고, 지원만 하고 선서는 안 한 분들은 변경 승인을 얻으면 된다. 전무출신 제도를 두는 것은 교단 발전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선 교화 현장에서 교도들의 의식문제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교역 생활을 할 수 있는가는 또 별도의 문제다. 정착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곳부터, 할 수 있는 곳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것이다. 


교화에도 분야와 대상이 다양합니다. 연령별로, 지역별로, 이밖에도 문화, 국제, 봉공, 온라인 등 집중 대상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시급하게 정성을 들여야 할 교화대상은 어디일까요
금강경에 차제걸이(次第乞已)라는 것이 있다. 부처님은 가난한 집, 부자집 가리지 않고 일곱집만 걸식을 했고 그 자체로 수행이었다. 그래서 부처님의 평등행이라 하는데, 교화도 ‘어디를 중점한다’ 하는 순간 평등이 무너진다. 각자 있는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역량껏 교화하자. 
 

▣ 전산종법사 특별인터뷰는 유튜브채널 ‘원불교신문TV’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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