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교도
이정명 교도

[원불교신문=이정명 교도] 훈산 이춘풍 선진님 증손자로 태어난 나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원불교와 인연이 됐다. 원불교에 입교한지는 오래됐지만, 그동안 교당에 다니거나 교리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지 못했다. 군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산골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근무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근처 교당을 다니거나 교도들을 만날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3사단으로 발령을 받고 집 근처 10분 거리에 김화교당이 위치하고 있어 반가웠다. 지금은 매주 김화교당 법회에 참석하고, 마음공부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교당에 들러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올린다. 그러면 하루가 행복하다. 원불교 교리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생활 속에 원불교가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 원불교가 어떠한 종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마음공부 하는 종교’라고 말하고, 원불교만큼 내 마음에 힘이 되는 종교는 없다고 자신한다.

마음공부가 특히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된 계기가 있었다. 군에서 나는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 있고, 사람간의 관계가 제일 기본이 되고 조직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상급자와 하급자와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결국 마음의 병까지 얻어 병원을 다닌 적이 있을 만큼,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감이 스트레스로 크게 다가왔다. 상급자에게는 지시받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혼이 나기도 하고, 하급자와의 신뢰가 쌓이지 않아 불만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이 됐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해 하급자에게 막 대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도 혼란스러웠고, 경계가 많이 찾아왔다. 그래서 교무님을 찾아 수많은 경계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문답감정을 받았다. 그렇게 내 마음을 찾아가는 공부를 하게 됐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이 된 것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다. 내 주변의 모든 대상이 부처님이며,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불공을 드리는 것이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깨닫고 이해하고 나니,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힘들어 했는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은 평온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데, 찾아오는 경계가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거기에 속아 스스로를 부정하게 된 것이다. 

김화교당에서 법회 시간에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교리에 바탕해 마음공부를 실천했던 경험을 이야기 했을 뿐인데 한 군종병이 “지금까지 마음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강연을 듣고보니 이제 마음에 와 닿는다.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해 뿌듯했다. 그리고 교무님을 도와 군교화에 일조를 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로 법회를 마치면 병사들과 차를 마시면서 상담을 해주고, 지휘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도 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부대에서 다른 병사들의 모범이 되는 분대장들을 교당에 데리고 와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분대장들에게 원불교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원불교라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는 시간이 됐다. 모든 것은 인연이기에 내 마음은 온전히 나의 것이고, 경계를 벗어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의지다. 우리는 교당에 다니면서 교전을 읽고 마음공부를 하며,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매 법회를 마칠 때마다, “마음공부 잘 합시다”라는 인사가 단순한 인사가 아닌, 진짜 마음공부를 하기 위한 자신의 다짐이다. 오늘도 출근 전에 교당에 들러 경계에 물들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김화교당

[2020년 6월 1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