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용 원광대학교 연구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에서 ‘붉은 정령들’ 퍼포먼스 팀이 앞서걷고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걸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에서 ‘붉은 정령들’ 퍼포먼스 팀이 앞서걷고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걸었다.

[원불교신문=송지용 연구원] 지난 3월 29일 서울 은평구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은평 1.5 ℃ 위원회가 주최하고 붉은 정령들(Red Rebel Brigade), 기후위기 비상행동, 전환마을 은평 등 다양한 단체와 자발적 모인 시민 30여 명이 함께 걸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서로 2m씩 떨어져 천천히 걸었다. 붉은 옷을 입은 퍼포먼스팀 ‘붉은 정령들’이 앞서 걷고 시민들이 저 마다 준비한 팻말을 들고 뒤 따랐다. 

행사를 주도한 은평 1.5 ℃ 위원회는 앞으로 8년 안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이상 올라갔을 경우 엄청난 기후재난이 올 것이라는 세계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지구기온이 1.5℃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고 지역에서부터 행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이날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단연 ‘붉은 정령들’이라고 불리는 퍼포먼스 팀이다. ‘붉은 정령들’ 이라는 명칭은 Red Rebel Brigade(붉은 저항단)의 번역어다. 

‘붉은 정령들’ 퍼포먼스는 2019 년 4 월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기후위기 대응 촉구와 멸종저항을 위한 대규모 시위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 시작은 ‘보이지 않는 서커스단’(Invisible Circus)이 마임 형태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9년 중반부터 몇 차례의 모임을 통해 한국 Red Rebel Brigade가 결성되어 붉은 정령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3월 29일 처음으로 붉은 정령들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 퍼포먼스의 붉은 색은 모든 종의 생명들과 나누고 있는 ‘피’와 위험, 열정, 멈춤을 상징한다. 침묵 속에 모두가 한 몸인 것처럼 고요하고 느리게 걷는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생명임을 보여준다. 처음 6명으로 시작했던 행진, 외롭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행진을 마치고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렇게 외로운 나인 줄만 알았던 나는 크게 하나 된 우리가 되어 있었다. 
 

원불교를 연 소태산 대종사는 일본 제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일어난 민중의 3·1운동 만세 운동을 개벽의 상두소리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극복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코로나를 야기한 생태계파괴와 기후위기일 것이다. 이제 더 큰 살림으로 온 인류, 온 생명이 함께 부르는 개벽의 상두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나도 이 날 이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퍼포먼스를 할 때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숨을 느끼고 발의 촉감을 느끼며 걸었다. 그날 걸으며 느끼고 떠올린 글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붉은 정령들(Red Rebel Brigade)이 노래한 침묵의 몸짓

침묵의 몸짓으로 노래하는 
개벽의 상두소리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퍼포먼스.
우리는 붉은 피로 연결된 
생명들의 연대

가해자인 인간이, 인간에 의해 
죽어가는 생명들이 되어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
그 생명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슬픔을 느끼며 걷는다. 
나는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되었다. 

환경 파괴와 생명착취의 가해자이자, 
생태계 파괴와 그로 인한 전염병의 
피해자가 되었다. 

다시 한걸음 한걸음 걷는다. 
어두운 ‘현실’과, 고통스런 ‘감정’을 
품어 안으며 걸었다. 
어느 순간, 마음으로부터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 현실과 감정은 나를 깨어나게 하는 은혜가 되었다.  

내 마음에서 이런 노래가 들린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넘어 
창조자가 되자.  
약자와 강자가 서로 살리는 
생명·평화의 길을 가자.
깨어난 한 생명으로, 
새 문명을 여는 개벽의 길을 가자.

침묵의 몸짓 속에 마음으로부터 
문명의 개벽을 여는 상두소리가 들린다.
 

 



은평 1.5℃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나
기후위기와 관련된 여러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지역시민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마을 분들과 같이하고 있다. 퍼포먼스라든지 토론회라든지 하는 작은 모임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다. 가까이는 4.15총선이 있어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내용들을 정책에 반영할 것을 요하는 모임을 시작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을 초대해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책들을 가지고 있는지 토론회를 할 예정이고 이후에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제제기를 하고 모임도 만들 예정이다. 


지역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풀뿌리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기후위기의 많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징후들은 우리 가까이 마을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위기들에 대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가장 큰 문제를 겪는 곳은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마을공동체들이 지역에서 지역화하고 자급하는 것들을 같이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규모가 거대하고 국가중심이나 기업중심의 차원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마을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지구적으로 풀어보자’ 하고 모이게 되었다.  
 

위 글은 이날 행사와 은평 1.5℃위원회, 은평 전환마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소란(법명 원정)씨가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질문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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