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과 폭력에 맞선 정의실현
함께 연대하는 원불교 되길

[원불교신문=김혜선 교도] 미국은 코로나19로 두 달 동안 십일만명이 넘는 국민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4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통제불능인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정부가 ‘거주지 머물기’를 강제 시행할 만큼 위기상황이다. 이같은 국난시국에 수많은 미국인들이 거리로 나섰고,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된 이유는 인종차별과 폭력에 맞선 정의실현과 인권수호를 위해서다.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나왔다. 시위참가자 대부분은 흑인을 향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해 연대의 목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소란한 틈을 타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 폭력주의자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약탈과 방화는 자본주의 물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삶의 태도에 깊은 관련이 있다. 

내게 없는 물건을 공짜로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거나 물건을 팔아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자기 동네가 아닌 곳을 찾아 다닌다. 또한 시위자들을 선동해 폭력시위로 몰아가는 과격주의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채 평화롭게 참여한다. 

총기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는 누구나 총을 가졌다는 전제로 피의자에게 접근한다. 그래서 경찰들의 강제진압과 과잉폭력이 용인되고,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잇따른 시민들의 부상과 사망에도 관련경찰들이 정당방위로 무혐의 처리되거나 불구속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시에서 20달러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이 비무장의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를 체포하던 중 과잉진압으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폭력경찰의 무릎에 9분 가까이 목이 눌려 사망한 그의 죽음은 가장 비인간적이고 참혹한 인권유린의 현장이다. 

범죄·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경찰장비를 확충하느라, 제대로 업무수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채 현장에 투입되는 미국경찰의 현실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현장에서 그를 제압하고 있던 두명도 신참경찰이었다. 라오스 몽족 출신 경관이 “숨을 못 쉬겠다”라고 애원하는 플로이드를 그대로 방치한 영상을 본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방관자’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법과 질서는 사회안녕의 기본 원칙이었다. 그런 미국적 가치가 무너진 현실 앞에서 시민들은 폭력경찰의 예산축소 및 조직쇄신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원불교도 이런 사회현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인교포를 대상으로 하던 미국교화도 이제는 현지인교화로 변하고 있고, 지역사회 속에서 마음공부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흑인인권시위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미국을 더 깊게 이해하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보호받고 꿈을 이루는 사회가 바로 소태산 대종사가 꿈꾸는 ‘하나의 세계’일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결국 우리의 기억에 남는 것은, 적들의 말이 아닌 친구의 침묵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침묵하지 말고 인권과 정의실현을 위해 함께 연대의 힘을 보태는 원불교가 되기를 바란다.

/필라델피아교당

[2020년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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