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시작하지만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들이 많아서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세부사항에 대한 검토가 없어서 낭패를 보는 일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지 그 일의 추진과정에서 발생될 수많은 변수들을 계획단계에서 미리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일을 망치거나 또는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체로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하여 방심한 일, 또는 항상 해왔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의외로 큰 실수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은 일의 성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전체 상황과 세부사항의 검토뿐만 아니라 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점검해 실수를 최소화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인다.

정산종사법어 근실편 26장에 보면 정산종사는 교당이나 기관의 요인이 오면 언제나 그 사정을 일일이 알아보고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기억했다가 알뜰히 챙겨서 그 해결책을 알려줬다고 한다. 이처럼 정산종사는 변화하는 교화 현장의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그 상세한 상황을 면밀히 알고 있었기에 그 상황에 적당한 해결의 방책을 알려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 필자는 각 세대별 부부들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서로에 대해 취향이나 고민 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신혼부부며, 중년에서 노년으로 갈수록 서로에 대해 잘 모르게 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부부가 오래 살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것 같은데,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 대한 낯설음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사람을 오래 겪으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내가 변하는 것처럼 상대와 세상도 변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그 변화의 ‘디테일’을 읽어내지 못하면 자신이 과거에 알고 있던 기억에 의지해서 상대방을 응대하게 되고,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을 일으켜 심하게는 일과 인간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 가까운 인연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장 최근 상대방의 상황을 알고 이해하면서 불공해야 한다. 지금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자. 자신의 형제, 가족, 친구, 교당의 교도들, 교무 상호간에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대종사의 실지불공은 불공 받을 사람의 속사정을 잘 알아서 그에 맞게 해야 비로소 성공될 수 있다. 불공의 성공은 ‘디테일’을 갖추는 속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6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