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최초로 특별 임명했던 교정원 통일부원장 자리가 3개월간 비어 있다가 최근 교화부원장의 업무 인수로 일단 채워졌다. 20년 가까이 남북교류사업에 이바지했던 공로와 역량을 평가받아 지난 3월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전임의 빈자리는 새로운 후임자를 찾지 못한 모양새다. 정기인사기가 아니어서 주요 보직 인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향후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교단의 통일부원장 인사가 명망가를 위한 임시 인사였는지, 장기적인 교단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는 아마도 연말 인사를 보아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라건대, 평화와 통일에 관한 교단적 과제를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기대한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남북화해와 교류가 어느 때보다 간절한 이때 남북관계가 최악의 단계로 접어드는 듯해서 안타깝고 착잡하다. 미국의 전략 폭격기들이 다시 한반도 상공을 날기 시작하고 북한은 군사적 위협을 공공연하게 반복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 주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요동치는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려면 민간부문의 역할 확대는 필수적이다. 교단의 거시적 판단이 필요하다.

교정원의 특임 부원장 인사에 덧붙여 교정원 조직 전반에 관한 깊은 검토도 필요하다. 교정원은 교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정 조직의 하나다. 따라서 전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서와 보직의 기능이 최적화됐는지, 구성원의 배치와 규모는 적정한지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검토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정원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아쉬운 점은 교정원이 구성되면 조직 개편의 총론에는 긍정하면서도 새로운 교정 업무를 수행하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임기 후반기에 손을 써보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시 차기 교정원에 숙제를 넘기고 물러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교화환경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외부 환경뿐 아니라 내부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해외종법사 제도, 교구자치제 추진, 교정원 일부 부서의 서울 이전 등을 고려하면 교구 편제와 교정원 조직 개편 논의는 필수적이다. 대교구제 논의는 전임 수위단원들이 매듭을 지었어야 했고 교정원 조직 개편 논의 역시 전임 교정팀에서 물꼬를 터야 했다. 논의 시기를 놓치면 관련 인사와 맞물려 6년 또는 3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흘러가 버린다. 조직을 어떻게 바꾸자는 주장은 나중의 일이다. 교단적 논의를 시작해야 지혜를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교단 4대 설계 특위에서 모든 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몇 년을 또 허비할 뿐이다. 현 교정원이 숙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부터 논의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 

[2020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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