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성도 원광보건대 교내서점 이사, 주성균 사장, 박은범 영업관리, 김지혜 디자이너, 박혜은 사무장, 천지은 편집장.
왼쪽부터 김성도 원광보건대 교내서점 이사, 주성균 사장, 박은범 영업관리, 김지혜 디자이너, 박혜은 사무장, 천지은 편집장.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출판은 제조업이다. 책이라는 유형의 물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판의 본질은 그 종이 안에 담긴 무형의 말과 생각·주장·이론·사상·정보에 있기에 출판은 창조의 영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옛 어른들은 ‘모름지기 군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했다. 읽을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는 뜻일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인해 종교혁명·과학혁명·문예부흥이 일어난 서양사만 보아도 책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생각도 그러했다. 원불교 수행법 중에 하나로 ‘경전’을 넣을 만큼 깨달음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 강조점을 뒀다. 원불교 정신이 제대로 전달되고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을 구전심수에서 출판으로 옮긴 것은 성자의 혜안이었다. 이러한 소태산의 정신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기관이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원불교출판사이다.


원불교 출판문화사(史)
원불교 초기의 출판문화는 원불교 교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특히 교단 창립 과정에 있어서 주요한 특징으로 대종사 당대에 교리 체계와 교서의 대부분이 형성됐다는 점은 출판문화와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다. 원불교출판사가 설립되기 전 교단의 출판기관으로 정화사가 교재정비의 기능을 담당하며 교서편찬을 주도적으로 했다. 교단 1대(원기1년~36년)는 원불교 출판문화사의 태동기라 할 수 있다. 원기12년 불법연구회규약, 수양연구요론, 상조조합규약 등 3종의 초기교서를 발간했다. 초기교서 중 원불교사상이 처음으로 문자화된 것은 원기12년 3월에 발간된 불법연구회규약이다. 바로 이어 동년 5월 수양연구요론이 출판됐다. 이 두 교서는 최초의 역사적 출판물일뿐 아니라 교단이 문화적 차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원불교 출판물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불교정전이 출판됐다. 원기28년 대종사가 몸소 짓고 원불교의 교리이념을 집대성한 기본경전이다. 대종사는 이를 후세 만대에 전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 사람들이 이 법을 알아보고 크게 봉대할 것이라 했다.


원불교출판사, 어제와 오늘
초기교전의 경우 발행기관이 정화사였으므로 이는 국가의 출판법과 맞지 않는 결과가 돼 원기54년(1969) 7월 1일 교무부와 원광사가 전북 공보실에 ‘원불교출판사’ 등록을 함으로써 정식으로 출판사를 설립 공고하게 됐다. 당시 교정원장이던 박장식이 발행인, 교화부장 김근수가 편집인으로 등록됐다. 그리고 원불교출판사의 업무는 원광사에 위임했다. 이때부터 교서출판에는 정화사·교화부·원광사의 세 기관이 관여하게 됐다. 원기71년(1986) 원불교출판사는 원광사에서 별립,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원불교출판사가 그동안 원광사에서 관리 운영해왔던 출판업무를 정식으로 자립체제를 갖추고 새롭게 출범하는 기관이 된 것이다.
 
원불교출판사는 출판문화 개척의 선두에서 각종 교리 교재와 다양한 교양서를 보급해 교도들의 신앙·수행에 도움을 주고 교화의 밑거름 역할을 해오고 있다. 교단 역사의 과정에서 사료적 가치가 있는 출판물을 보관해 기록물 보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도서출판 동남풍을 설립해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서점(원북스)을 직영해 원불교 전문서적을 보급하고 대외적으로 교보문고·알라딘·기타 서점에 원불교 도서류를 보급하고 있다. 매년 원불교 정서를 담은 달력과 수첩을 제작해 교도들의 교화와 일반사회에 원불교 홍보 및 간접교화에 일조하고 있다. 다만 원광사에서 분립한 지 30여 년 동안 여전히 영세성과 출판문화의 본연 업무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쇄문화의 다각적인 변화와 출판문화 시장의 확대로 출판기획에서부터 편집·제작·마케팅까지 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기획의 조직화로 교서·교재 편찬과 각종 출판물의 집필진을 꾸려 현재는 운영상의 안정을 찾아 대내외적으로 출판기관의 명성을 얻고 있다.


특수성과 대중성을 잡기 위한 시도
원불교 중앙총부 정문 옆에 자리 잡은 원불교 문화회관 2층. 원불교출판사의 하루가 바쁘게 시작된다. 매일 바쁜 작업 중에서도 출판사 가족들의 눈에는 사명감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출판되는 책들이 모두 원불교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후학들의 정확한 참고 자료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의 교서와 교재, 각종 출판물을 발행해 보급하고 있기에 교단의 정신을 제대로 전하고 원불교의 이념과 교리를 문화로 이끈다는 사명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

천지은 편집장은 현재 출판사에 대해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전문영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라며 “권한을 주고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해줘 주인정신으로 임할 수 있게 협력해주는 주성균 사장의 공이 크다”라고 말했다. 주성균 사장은 “구성원들의 개인 역량 발전과 처우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자연스레 출판사의 실적이 향상됨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의 출판문화는 인쇄물과 e북으로 전환될 것이다. 절판된 책들을 정보전산실로 넘겨 종이책으로 찾기 어려운 자료도 인터넷상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원불교출판사는 다른 출판사와 달리 원불교의 특수성과 교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역할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교단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뜻을 번역하거나 한자로 변환할 경우 원래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큰 과제이다. 여기에 교정·교열의 원칙, 이미지·색 등 여러 측면에 있어 원불교적 색채를 찾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파주 출판단지 등 매년 직원연수를 하며 출판환경의 변화와 기성 작가들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불교출판사 본질은 교화
오늘날은 종이책 중심의 책의 시대는 콘텐츠의 시대로 가속을 거듭하고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됐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미래를 분명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이러한 시대에 분명한 것은 출판을 둘러싼 우리 삶이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책을 점점 읽지 않고 있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콘텐츠를 읽고 또 쓰고 있다는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책 고르는 법·독서법’을 이야기해 주는 한 유튜버의 채널 구독자 수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원불교출판사의 비전에 대해 주성균 사장은 “원불교출판사의 본질은 교화에 있다. 책이란 직접 교화이며 소통이다”라며 “원불교출판사가 미래교화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지 늘 화두를 가지고 살아간다. 원불교 교서는 물론 원불교 교리와 사상에 관련한 서적들을 출판함으로써 원불교 출판문화에 앞장서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무언가 아쉬운 듯 ‘전문 인재 양성’과 ‘안정된 사무 환경 구축’이 현실적 과제라고 되뇌던 주성균 사장의 말이 굵직한 메아리로 돌아와 기자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대가 변해도 세상을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독서가 으뜸일 것이다. 자신만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는데 독서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원북스(원불교출판사 서점)에서 책 한 권을 골라본다.

[2020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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