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교도
김종신 교도

[원불교신문=김종신 교도]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 표어를 통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 간의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한가지 유의할 점은 물질의 개벽이라는 원인에 정신의 개벽이라는 결과가 결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원인에 대한 결과도 우리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큰 차이를 가져온다. 언제 어디서나 변화는 온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선도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모빌리티(Mobility)다. 현대인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 대부분의 조직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모바일을 활용하는 것은 이미 글로벌 핵심 트렌드 중 하나가 됐다. 삼성그룹의 임원으로 10년간 모바일 B2B 비지니스에 몸담은 나로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현장에서 강하게 느꼈다. 그만큼 원불교가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되고 언젠가 사라지고 만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도 사실적 도덕의 훈련과 실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공염불로 끝나고 말 것이다. 

교단은 모빌리티의 효과적 활용 즉 스마트폰을 활용한 ‘내 손안의 글로벌 교당’ 실현 방안을 서둘러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모바일 세계에서는 더 이상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스마트폰은 앞으로 교화의 핵심 툴이 될 것이며, 이미 교도들 간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또한 살아있는 경전과 다양한 교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핵심 교화도구가 될 것이다. 현재 원불교에서 내놓은 각종 어플과 콘텐츠는 시대에 뒤쳐져 있다. 교단은 시대적 이슈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고민하고 과감하게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전세계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교화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한 때다. 혁신적인 원불교 교화정책을 위한 TF(Task Force)팀을 운영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빅데이터(Big Data) 관리다. 현재 교단의 데이터 관리 수준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변화에 걸맞는 혁신적인 교화를 위해서 ‘빅데이터 전문 분석가’를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를 기반으로 원불교 교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원불교는 중앙총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를 일원화해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각종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가 용이하다. 이것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교화는 데이터에 근거한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더 이상 모바일 활용과 빅데이터 관리없이 원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매우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100년 전 대종사는 그야말로 혁신의 선구자이자 실천가였다. 원불교의 삼학이 진정 꽃을 피우려면 반드시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신수양, 사리연구에서만 끝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드시 작업취사를 통해 현실 생활에 나투어야 한다. 시간은 낭비하기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다. 이제 걱정과 원론적 논의는 그만두고, 과감하고 빠른 실천으로 우리 모두가 정신 개벽 ‘실행’의 참 주인공이 돼야 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원불교는 명실공히 지속가능한 종교로 영원히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며,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초기 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 주신 소태산 대종사와 선진들의 은혜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대치교당

[2020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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