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빠져 살다보면 유념해야 할 것을 놓치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휴전중이란 사실이다. 남한과 북한은 잠시 전쟁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현재 누리고 있는 평화와 안정은 전쟁 중에 잠시 유지되고 있는 대단히 불안안 평화와 안정일 뿐이다.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의 피해를 이렇게 언급했다. ‘국군 전사 13만8천 명, 부상 45만 명, 실종 2만5천 명. 사망, 학살, 부상 등 민간인 희생자 100만 명과 고아 10만 명. 고향을 떠나야 했던 피난민 320만 명과 천만 명의 이산가족. 80%가 파괴된 산업시설…’ 남한 못지않았던 북한의 피해와 참전국 병사들의 사상자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처럼 끔찍했던 전쟁의 참화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점검해 보자.

첫째, 남과 북이 서로 은혜의 관계임을 자각해야 한다. 소태산 사상의 핵심은 은혜이다. 우주만물이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맺어져 있으니 서로 감사하고 보은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분열과 대립으로 은혜로운 관계를 만들 수는 없다. 북한이 안정되어야 남한도 안정되고, 북한 동포들이 행복해야 남한 동포들도 행복할 수 있다. 이것이 인과의 이치이고 은혜의 원리이다. 남북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다. 은혜의 관점으로 남북관계를 보아야 한다. 

둘, 은혜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은혜의 관계는 호혜의 교류를 낳는다. 또한 호혜의 교류를 촉진하면 관계 역시 더욱 좋아진다. 상호 비방 전단지를 날리는 식의 어리석은 행위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남북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교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평화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인과는 거래이고 주고받음이다. 

셋,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휴전협정이 정전협정으로 바뀌어야 하고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주변 관련국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민족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입니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서로를 은혜의 관점으로 보고 은혜의 교류를 이어갈 때 사이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

우리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의 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장벽이 없는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도 있다. 묵묵히 평화교류사업을 수행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남북관계에 은혜로운 영향을 미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평화와 통일을 기다리는 교단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교단이어야 한다.

[2020년 7월 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