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4대 설계를 위한 담론 2

교법을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이
앞으로 교단 4대가 해야 할 일,
이를 위해 싱크탱크 상시가동 돼야

본사 기획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남궁문 교수가 이성택 원로교무와 교단 4대 설계를 주제로 대담했다.
본사 기획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남궁문 교수가 이성택 원로교무와 교단 4대 설계를 주제로 대담했다.

[원불교신문=정리 이여원 기자] 교단 4대 설계를 위한 두 번째 기획을 싣는다. 시대환경 및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실질적인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교단 4대를 기대하며, 본사 기획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남궁문 교수(원광대 토목환경공학과)와 이성택 원로교무(원불교서울교구 교령)가 교단 4대 설계를 위한 키워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교단을 경륜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대별 설계를 통해 이끌어 갈 것인가. 남궁문 교수의 물음에 이성택 원로교무는 창립한도를 정한 대종사의 본의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원로교무가 전한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창립한도, 대종사의 본의를 생각해보다
대종사께서 12년을 1회로 하고, 3회를 1대로 창립 한도를 정하셨는가, 이에 대한 조명이 없었다. 대종사는 정확하게 진리에 근거해서 창립한도를 정하셨다. 그냥 편리하게 12년을 1회로 정하신 것이 아니다. 지금은 하루 24시간이지만, 과거에는 12간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12간지 시간에 주야가 한번 바뀌고, 이를 확대시키면 12개월에 음양이 한번 바뀐다. 즉 12달, 1년 만에 음양이 한번 바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1년을 12로 곱하면 12년이 된다. 12년을 1회로 한 것은 음양이 한번 바뀌는 주기라고 할 수 있다. 

3회를 1대로 한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3개월 한 철씩 계절이 흘러간다. 한 철씩 12개월이 세 번 지나면 36년이다. 3회 1대가 36년인 까닭이다. 1대 36년은 봄 도수에 해당한다. 1대는 대종사와 정산종사가 이끄셨다. 대종사께서 원기28년 열반하셨는데, 1대를 다 못마치시고 정산종사께서 교단을 이으셨다. 봄 도수에 해당하는 1대에는 농사철을 준비하는 것이다. 봄에 한 철 농사를 시작한다. 

정산종사께서 2대 1회의 1년을 채 못채우고 열반하셨다. 그리고 대산종사께서 교단을 이끄셨다. 2대는 여름 도수이다. 여름은 무수하게 만물이 성장한다. 이때 교단 확장정책을 쓰신 것이다. 대산종사는 ‘교화 3대 운동’으로 교단을 확장시키셨다. 교화·교육·자선 3대 사업을 설정해서 교단을 키우셨다. 여름 도수에 교단 확장정책을 쓰신 것이다.
3대는 가을 도수이다. 지금 교단은 3대 3회 마지막 5년을 남겨놓고 있다. 가을은 결실을 보는 계절이다. 내적 충실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교단 정책도 확장보다는 내적으로 충실한 정책으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앞으로 맞이할 4대는 겨울 도수이다. 겨울은 함장한다. 새로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4대이다. 창립한도에 담긴 시대적인 상황과 진리에 바탕한 본의를 정리한 후, 교단 3대와 4대를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교단을 어떻게 운영해 갈 것인가, 중요한 것은 창립한도를 정한 대종사의 본의에 바탕해서 설정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단 3대, 충실하게 내실 다져야
교구장 재임 시절, 교구 내 각 교당과 기관 하나하나 튼실하게 기반을 닦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교단 3대 내적 충실을 기하기 위한 정책으로 교구에서는 ‘3하나 운동’을 전개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당갑시다’ 말하기 운동이다. 대종사께서 개벽의 새 시대를 내다보고 우리 회상을 열면서, 신앙의 방법으로 제시한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가장 핵심적인 불공은 ‘법의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다. 복 중에서 인연복이 제일이다. 교당으로 인도해서 실제로 법의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다. 그 시작은 ‘교당 갑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불공이 엄청난 불공이다.

인사철이 되면 인사고과, 인사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인사평가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시행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정원장 시절, 합리적인 인사고과를 위한 평가안을 만들어서 시행을 했다. ‘사람을 평가한다’라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시각도 컸지만, 교단의 내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큰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다음 교정원에서 인사고과제를 이어가지 못했다. 

원불교100주년기념성업을 준비하면서 ‘기념성업회 준비위원회’를 중도훈련원에서 가동했다. 조직이나 구성원이 탄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3년 지나고 나니 그 구성원들이 다 흩어져버렸다. 정식 해체도 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조직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다. 지도자의 핵심적인 역량은 조직을 운영하고 경영하는 일이다. 사람을 엮어낼 줄 알아야 한다. 조직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가동시켜야 한다. 이 역량을 지도자가 갖춰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3대에 했어야 할 일이다. 교단 내면을 살찌우는 일을 교단 3대에 지속했어야 한다. 자문해봐야할 지점이다. 


시대 트렌드에 맞게 교법 재해석해 내야
지금은 대종사의 창립정신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정립해 내야 한다. 대종사는 구인단원을 정해서 인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당신의 포부와 경륜을 실현하기 위해 교화단을 조직한 것이다. 대종사 창립정신의 첫 번째는 ‘조직 인프라 구축’인 것이다. 

근검저축은 저축조합을 하기 위한 과정이다. 근검저축은 공익을 위한 것이고, 곧 공동체 정신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동체 자본주의다. 대종사께서 이 정신을 키워주셨다.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최대의 병폐가 빈인빈 부익부라고 생각한다. 북한과의 이념적 갈등 또한 세계가 준 과제다. 이 과제를 한국이 풀 수 있다. 저축조합의 ‘공동체 정신’, 우리 교법이 아니면 이를 해결해 내지 못한다. 이런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전달해야 한다. 

방언공사는 일심합력이다. 바다를 막아서 논을 만들었다. 이는 ‘대개척 정신’이다. 현상 유지만 하고 있으면 대종사 창립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합력해서 혁신해야 한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무여한, 이는 ‘대책임 정신’이다. 세상의 아픔을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다. 

대종사 창립정신을 이념적이고 지극히 관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실질적인 정신으로 재해석해 내야 한다. 우리 교법을 트렌드에 맞게 해석해내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이 앞으로 교단 4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단 4대 위한 싱크탱크 상시 가동
설계안을 아무리 잘 짜놔도 실행하고 평가해서 점검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정원이 바뀔 때마다 설계안만 짜고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반복될 뿐이다. 지금까지의 교정이 설계(안)로만 끝났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상시 가동해야 한다. 일례로 4대 설계 위원회를 위촉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4대 설계를 하면, 그 조직을 계속해서 가동해야 한다. 리더 옆에 싱크탱크가 상시 가동돼야 한다. 시대 트렌드를 읽어서 대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가, 싱크탱크가 이를 연구하고 가동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대별 설계 또한 이렇게 연계되어질 때, 교단 생명력이 살아난다. 

[2020년 7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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