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명 교무
김선명 교무/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교당, 원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멈추고 돌아보자
후천개벽의 주세불로 오신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의 구세경륜은 창립 1세기를 지내는 동안 재가출가 전교도의 합력 속에 한국사회에서 과분한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규모로는 비교 불가인데, 4대 종단의 반열에 올랐다고 우리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색하기도 합니다. 

제(諸) 종교 역사를 보면 대개 창립 1세기를 전후해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넘어 창립 1세기의 교화를 성찰하고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의 구세경륜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관성과 관행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소태산 여래의 ‘오래된 새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난 2세기를 지내오면서 인류는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고, 후기 산업사회를 지나 이제는 디지털 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문명의 대전환이고 소태산께서 말씀하신 개벽(開闢)의 실상입니다. 농경시대에 시작한 원불교의 ‘교당중심’, ‘출가주도’의 교화도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든 198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소태산 교조를 모시고 구전심수(口傳心授)로 법을 받으신 창립세대의 열반과 급격한 사회환경의 변화는 교단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교화패턴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지난 30여 년의 교화 정체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교단과 교당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개인의 기복과 교단의 성장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는지, 새불교 새종교인 원불교가 문명전환의 시기에 인류의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사회불공의 책무를 도외시하지 않았는지 멈추고 돌아봐야 합니다. 
 

원기101년 2월 26일 교단 내 현장중심 NGO인 ‘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 인권위원회’, ‘(사)평화의 친구들’, ‘원불교 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모여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약칭 원씨네) 창립식을 가졌다.
원기101년 2월 26일 교단 내 현장중심 NGO인 ‘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 인권위원회’, ‘(사)평화의 친구들’, ‘원불교 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모여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약칭 원씨네) 창립식을 가졌다.

열린 문 앞으로 나아가 손을 잡자 
신종교 연구에 일가를 이루신 김홍철 원로님은 ‘신흥종교 창립과 쇠퇴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란 김한수 종교전문기자의 질문(2016년 7월 22일자 조선일보)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모든 종교는 창시자가 오랜 기도생활을 통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고, 사회적 이슈에 지혜와 답을 주지 못할 때는 사라진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원불교신문 1936호에서 재인용)”

교단은 원기100년 인사에서 ‘시민사회 개척교화’ 담당으로 김선명 교무를, 원기101년 인사에서 강현욱 교무를 발령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낙원사회 구현을 위해 제 종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고 소통하여 사회현안에 교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교단 내 현장중심 NGO인 ‘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 인권위원회’, ‘(사)평화의 친구들’, ‘원불교 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모여 원기101년 2월 26일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약칭 원씨네) 창립식을 가졌습니다. 

‘교법의 사회화’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각자 영역의 전문성을 가지고 연대해, 나뉘어 있을 때 아쉬웠던 역량을 함께 하면서 상승효과(시너지)를 나투고 있습니다. 개교 이래로 소태산 대종사는 저축조합과 방언공사로 생활혁신과 경제공동체를 창조적 모범으로 보여 줬습니다. 해방 이후 전재동포구호사업과 원광대 원불교학과의 봉사활동을 비롯해 재가 4단체(봉공회·여성회·청운회·청년회) 활동은 약자와 빈곤층을 위한 종교가의 전형적인 봉사활동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제 종교 및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현장 중심 NGO들의 활동이 점점 증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협치(Governance, 거버넌스)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고, 대다수 정보는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교단의 NGO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적극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원씨네 활동을 반기며 원불교 위상을 존중하고 기대와 협력을 요청하는 현장이 늘고 있지만 모두 응답하지 못하는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교당없는 교당, 교무가 있는 곳이 교당
비록 교당건물은 없지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사무실에 함께 하면서 교법의 사회화를 위해 전위대로 앞서 애쓰는 활동가들을 위해 매일 아침 기도를 같이 합니다. 또 원씨네 활동가들과 매주 일정한 시간을 정해 ‘정전읽기 공부모임’을 교무의 지도 아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인 교당은 공유공간이나 필요할 때 빌려서 활용하고, 콘텐츠에 주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처음 교구 상임위원회에서는 ‘교당없는 교당’에 대한 선례도 없고 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해 교당인가를 주저했습니다. 가까스로 원기101년 9월 22일 서울교구 산하 교당으로 정식 인가를 받아 교당없는 교당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소속 각 단체의 전문성에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교당의 협업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교법의 사회화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원씨네 학당
교법을 응용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충실해야 합니다. 소태산 여래의 가르침과 제자들의 공부 모습을 반추해 보기 위해서 불법연구회 당시의 기관지인 월말통신, 월보, 회보의 완독(完讀) 모임을 꾸려 기존의 자료를 제본하여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또한 정산종사께서 소태산 대종사의 명을 받아 지으신 ‘불법연구회 창건사’와 ‘대종사 성비문’을 함께 읽고, 구타원 이공주 선진의 ‘세계적명산조선금강산탐승기’와 금강산 관련 법문 등의 1차 사료를 함께 읽으면서 소태산 여래의 법신과 가르침의 본지를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물을 책으로 출판했고, 최근에 수정 보완한 2쇄를 출판했습니다.  


비채선방
‘몸을 비우고(空) 마음을 채운다(公) 마음을 비우고(空) 몸을 채운다(公)’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방을 진행합니다. 소태산 여래의 무시선 원리에 근거한 좌선법과 대산종사의 선요가를 활용해 영(靈)과 육(肉)을 아울러 심신간 건강을 챙기고,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자, 이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선방입니다.


고통받는 이웃의 눈물을 마주하다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연대단체와 함께 눈물 흘리는 부처님들의 옆에 앉아 손잡아 주고 같이 울어주고 기도하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품이 너무 작아 더 많은 곳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지만, 원기101년 구의역 청년노동자 희생 천도독경과 세월호 현장, 쌍용차 해고 노동자,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 제주 4.3, 광주 5.18, 성주 소성리 등 수없이 많은 아픔의 현장에서 함께 눈물 흘리며, 연대하고 있습니다.   

불의(不義)한 거대 권력을 외면하는 것은 진리를 신앙하는 종교인의 모습에도 배치될 뿐더러, 세상으로부터도 외면받을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개인의 안심(安心)에 그치지 않고 세상의 불의에 눈감지 않으며, ‘정의어든 죽기로써 실행하라’라고 가르쳐 주셔서 우리의 갈 길은 너무나도 자명하고 명료합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하나하나 먼저 깨쳐가는 사람이 미륵용화회상의 주인이 된다(전망품 16장)라고 하셨습니다. 진리를 파지(把持)하고 세상의 불의에 눈감거나 타협하지 않으며,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원불교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원씨네 교당은 원씨네와 함께 항상 그 길 위에 서고자 합니다.
 

[2020년 7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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