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한국은 어떤 소명을 갖고 있는 나라’임을 말하는 이가 있다. 만일 이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우선 해야 할 일은 이 소명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소명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그가 최근 한 권의 책 예언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거리도, 공간도, 사람도 거리를 두게 하는 어느 오후, 그를 만났다. 세계의 모든 것을 바꾸는 뜻밖의 사태, 그의 예언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화는 그의 책 예언에 비중이 실렸다. 
 

『예언』은 영능력자들이 바라본 한국의 미래가 그 주제다. ‘매우 기이한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언급했는데,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나는 전부터 한국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은 그 미래가 궁금한 나라이지 않을까. 한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유일하게 선진국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다. 문화적인 면에서도 전 세계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나라가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남북 대치 상황으로 북한 핵 위협을 위시해, 세계의 최 강대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있다. 그런 한국이 과연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이다. 영능력자들의 예언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바라본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기운이 현재 어떠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영능력자들의 예언을 통해 분석했다. ‘영능력자’를 출중한 종교가, 영적인 존재라고 부언했는데, 영능력자를 선정한 기준이 궁금하다
일반인인 우리는 보다 정확한 예언을 고르기 위해 두 가지 관점을 유념하고 접근해야 한다. 영능력자를 선정하는 기준 하나는 그가 얼마나 사심 없이 살았고, 도덕심이 강하며, 사상이나 영성이 높은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살지 않고 공적인 이익을 위해 살았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중하게 선정한 영능력자들도 실수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또 예언을 했을 당시와 현재의 기운이 많이 달라져 예언이 어긋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어떤 영능력자들의 주장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영능력자들의 경지는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러면 평가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까, 그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는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성의 칼날로 영능력자들이 하는 예언을 분석해야 한다. 그들이 하는 주장에 내적인 모순이나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이때에는 어떤 자비나 관용도 베풀면 안 된다. 아주 꼼꼼하게 그의 언행을 검사해야 한다. 
 

예언들의 신뢰도에 따라 등급을 나눴다. 영화를 5점으로 품평하듯 영능력자들의 예언들에 점수를 매겼는데, 이렇게 등급을 표시하는 이유가 있다면
예언들의 신뢰성에 등급을 매긴 것이다. 이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지만, 내용의 내적 일관성 혹은 예언가가 지닌 영격(靈格)의 고하, 그리고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등급을 표시하는 이유는 이 예언을 수용할 때 참고해보라는 것이다. 등급 매긴 것이 반드시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각 예언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해설하면서 그 신뢰도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예언의 신뢰성에 대한 등급 결과, 소태산 대종사의 예언이 5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이런 결과의 타당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참고로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원불교인이 아니다. 내가 개인의 신앙에 편중돼 소태산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태산을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말이 가장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의 예언은 매우 구체적이라 믿음이 간다. 게다가 원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 할 수 있는 『원불교 교전』에 적혀있어 무게가 더 실린다. 

그는 한국을 어변성룡(魚變成龍)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소태산이 한국의 미래에 대해 행한 예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불교 교전 대종경 전망품 23장, 변의품 6장이다. 소태산은 아주 간단하지만 단호한 예언을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예언이 놀라운 것은 당시에 한국이 처한 상황과 정반대의 예측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역사 이래 최초로 나라가 없어졌다. 1920~1930년대의 세계지도를 보면 한반도 위에 나라 이름인 ‘Korea’는 없고 ‘Japan(Empire)’으로 되어있다. 나는 이 지도를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할 때 처음으로 봤는데, 그때 그 기분의 미묘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 나라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일제의 지배에 길들여지고 절망하고 있을 때 소태산은 정반대의 예언을 한 것이다. 아마 당시에 한국의 앞날이 창창하다고 말한 지식인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태산을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정신적인 지도국이 되어야 소태산의 예언이 백퍼센트 실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라는 부문이 주목된다. 대종사가 생각한 한국의 미래는 정신적인 면에서 한국이 세계를 이끈다는 의미인가
소태산이 “한국은 앞으로 용과 같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을 때, 그가 생각한 것은 한국이 정치나 경제, 군사 등의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나라가 된다고 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이 세계를 영적으로 인도한다는 것인데, 한국이 저절로 세계를 정신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이끄는 나라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소태산은 원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것 같다. 원불교의 교리라면 능히 단시간 내에 사람들을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원불교에는 세계의 모든 종교를 아우를 수 있는 원융무애(圓融無碍·일체 제법의 사리가 융통되어 막힘이 없음) 정신이 녹아있다. 다른 종교들과 교리적으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매우 탄력적인 교리 체계를 갖고 있다. 이것을 전 세계에 적용하면 한국이 정신적으로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 같다. 


소태산의 예언처럼 한국이 정신적인 지도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종교인 원불교가 분발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세계를 인도하려면 일단 도덕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도덕적인 사람이 반드시 영적인 것은 아니지만, 영적인 사람은 도덕적으로 반드시 선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도덕적인 선함이나 영적인 에너지를 갖추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배양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 여기에 원불교의 역할이 있다. 

사실 원불교가 품을 수 없는 종교는 없다. 원불교는 교리 자체로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실천해 내는 일은 후진들의 몫이다. 원불교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 교단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소태산이 밝혀놓은 ‘예언’을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인터뷰 말미, 최준식 교수는 원불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단의 혁신과 실천력을 강조했다. 죽음과 생사학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원불교처럼 죽음에 대한 준비와 죽음 뒤의 세계를 자세하게 정리해준 교전은 없다’라고 그는 단언했다. 

원불교가 걸어가야 할 길, 그의 예언이 말해주고 있다. 

[2020년 7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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