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경 기자
유원경 기자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미국총부건설에 ‘아직은 때가 이르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들을 살펴보면 미국총부건설에 따른 행정적 시스템 구축과 경제적 자립, 인력구조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려하느냐는 염려로 생각된다. 타당성 있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왜 자치교헌을 두고 미국총부건설을 하려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미국에 맞는 교화 시스템이 절실해서이다. 한국과 다른 문화와 제도의 나라에서 한국의 법규로는 미국교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제도로는 미국에서 교화성장이 될 수 없기에, 앞으로도 경제력과 행정적 시스템 또한 자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때문에 더 성장했을 때 미국총부를 건설하자는 이야기는 미국총부 건설이란 과제의 근본적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더 교화가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 끝에 미국에 맞는 교화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한 예로 미주교화의 핵심은 현지인 인력개발과 양성이지만, 교육과 훈련과정에 대해 현실적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교무들의 이야기다. 독립적인 자치교헌과 행정체제 없이 한국교정원의 제도로는 불가능하다. 미주선대 원불교학과정 이수자 교도의 재가교무 활용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또한 교화현장에 있어서도 자치교헌의 필요성은 드러난다. 미국인들을 교화할 교리해석서가 필요한데, 교리해석서에 대해 한국 수위단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를 모르는 이들이, 언어가 다른 국가의 교서를 미국 교화자가 아닌 한국 수위단이 결정한다는 것이 합리적인가. 제도에 있어서도 공부성적과 사업성적의 평가에 한국인과는 다른 미국인 교도들의 반응, 특히 미국인들은 교리적으로 무상보시를 말하면서 사업성적 평가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심해 자체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이야기 되는 여성교역자 정복과 머리모양에 대한 미국생활에서의 문제 또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자치교헌으로 출가제도와 전무출신의 직업 등 다양한 부분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소태산 대종사는 출세간 공부인의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겼고, 의식생활에 있어서도 각자의 처지를 따라 직업을 갖게 했다. 예법도 사실불공을 주로 해 세간생활에 적절하고 유익한 예법을 더 밝히자고 했으며, 시대와 인심을 따라 결함됨이 없도록 하자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 우리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의 혁신정신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미국총부가 건설 되면서 미국의 문화와 제도에 맞게 소태산 대종사의 혁신정신이 다시 살아나고, 세계교화의 중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0년 7월 1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