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
불확실성이 큰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낙태한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로 백신 연구를 해도 좋은가?

[원불교신문=김영전 교수] 생명윤리란 생명과 관련한 요소를 법률·철학·의학·종교·경제 등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분야이다. 낙태, 존엄사, 배아세포 활용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의료, 생명과 관련한 다양한 요소들이 논의 대상이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에서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해 건강한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해도 좋은가?’, ‘낙태한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로 백신 연구를 해도 좋은가’ 등의 문제 제기는 생명윤리의 좋은 예이다.


의료자원의 배분
정의란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정의는 평등한 기회를 뜻한다. 의료현장에서 정의의 문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배분’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자들의 진단·치료 관리 등에 필요한 재화나 자원이 부족하게 되면서,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우선하여 의료 재화와 자원을 사용할지 윤리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자원 배분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코로나 확진자들이 집중치료시설을 선점한 사례이다. 대형 3차 병원의 집중치료시설은 인공호흡기 등의 고가의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이 상주하는 곳으로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나 한 때 특정 도시의 병원에서 코로나19의 집단 감염 환자들에게 병상 등을 우선 배분하면서 ‘시급한 공중보건의 위기 해소’와 ‘특정 질병 집단의 우선배분’의 문제가 충돌하게 됐다. 코로나19의 사태에서 의료자원의 배분은 세계적으로 인류가 경험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였다. 코로나19 확산이 각 나라의 의료체계의 수용한계를 넘어서면서 적절한 때에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생겼고, 공평하고 평등한 의료기회 속에서 누구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개발될 백신이나 치료제 또한 생산 속도가 개발 시점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떠한 것을 기준으로 누구를 우선해 백신을 접종할 것인지 윤리적 논쟁이 필요하다. 


휴먼챌린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에서 휴먼챌린지(Human Challenge Study)를 시도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다. 휴먼챌린지 즉, 신속한 임상시험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정상인을 두 그룹으로 구분하여, 한 그룹에만 백신을 주입하는 실험이다. 이후 두 집단 모두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의 효능을 파악하게 된다. 

휴먼챌린지는 감염시점부터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환자모집 및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간과 피시험자의 수를 줄여 개발 속도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개인에게 불확실성이 큰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지 윤리적인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이윤성·대통령 직속)는 지난 5월 생명의 가치와 보호에 기반한 대응 방향으로서 ‘임상연구에서의 연구대상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에 대한 공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강조했다. 시급한 상황에서 자칫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라는 사회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연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낙태 태아 추출 세포
최근 가톨릭생명윤리단체연합(coalition of Catholic bioethical groups)은 캐나다 정부에 선택적으로 낙태된 태아에서 유래된 추출한 세포를 사용하지 않는 백신연구에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1960년대부터 선택적 낙태에서 유래한 세포주는(WI-38)는 풍진, 홍역, 유행수두, 소아마비, A형간염, 광견병 백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어왔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실험에 들어간 일부에서 인간 태아 세포 라인(HEK-293, PER.C6)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생명윤리 단체에서는 “낙태는 의도된 생명의 종결”이라 살인을 기회로 활용하는 연구는 윤리적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다른 유기체의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생명활동을 하는 전염성 감염원이다. 종종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를 하기 때문에 생명체의 한 형태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세포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 혹은 생명의 주변에 있는 유기체 등으로 설명된다. 우리는 지금 생물과 무생물의 그 중간단계의 어떤 존재와 마주하며 이들이 가져올 파장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교법적 대응방안 필요
원불교 생명윤리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단은 코로나19가 제기하는 윤리적 논쟁에 대한 교법적 해석과 대응방안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자원의 ‘배분 정의’ 문제에서의 ‘분별과 차별’, 비대면 시대의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에 대한 자각과 실천, 디지털 도구의 활용과 관련한 인권 논쟁의 ‘물질과 정신’의 문제, 위기상황의 전문가 집단의 역할에 대한 ‘지자본위’와 소외계층에 대한 ‘강자약자 진화성 요법’까지 교법의 활용과 실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영전 교수
김영전 교수

 

■ 김영전 교수
ㆍ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졸
ㆍ서울대학교 교육학 박사  
ㆍ가정의학과 전문의 취득 
ㆍ원광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교수
ㆍ정토회원


[2020년 7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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