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통치와 운영에 관한 이견이나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사실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조직이라면 겉으로 드러나느냐 물밑에 가려져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게 마련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갈등이 오히려 조직의 건강과 창의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견과 갈등을 부정하기보다는 지혜로운 해결과 대안 모색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교단 운영의 핵심적 방향과 목표는 주로 종법사 경륜에 속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본위의 가르침이 교단 운영에 적용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교법적으로나 교헌정신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종법사의 경륜은 철저히 수위단회의 공화적 의사결정의 산물이어야 한다. 교단 경륜은 주로 교정원 중심의 정책 수립으로 구체적인 실행력을 획득한다. 아직 교구자치제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교정원이 교단 정책 수립과 실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교의회 상임위원회도 있지만 아무래도 역할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입법과 행정 영역에서 교정원이 갖는 비중은 막중하다. 

경륜 실현을 위한 수위단회의 논의는 좀 더 깊고 무거워져야 한다. 또한 수위단회의 논의 내용은 교구장들을 통해 현장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위단원 중심으로 교구장 인사를 한 의미가 퇴색된다. 

특히 수위단원 중 출가 정수위단원은 최상위 교화단원의 역할을 겸하기에 교정원에서 소홀할 수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위단회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덧붙여 재가 교도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재가수위단원의 역할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경륜과 좋은 정책이라도 행정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 인력의 높은 전문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3년 또는 6년의 임기는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교정원 각 부서가 적절한 인력운용과 효율적인 직무훈련으로 전문성을 갖출 때 시대를 앞서가는 교단 혁신이 실현될 수 있다. 지도자의 통찰을 받들어 수행하는 행정 인력의 열정과 능수능란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륜, 정책, 행정은 개념상 위계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특히 ‘현장’과 유리되지 않은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장중심의 행정이 실효적 정책을 낳고, 이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실행될 때 교단의 주요 경륜도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구성원들 간에 이견과 갈등이 크면 잠시 멈추고 더 많이 소통하고 더 깊게 공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함께 내딛는 한 걸음이 소중하다.

[2020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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