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기흥 교수]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원불교가 불교와 같고 다른 점이 무엇인가? 다각적인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둘 모두 삶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마음공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필자는 불교가 수행중심의 정적(static) 마음공부에, 원불교는 생활중심의 동적(dynamicl) 마음공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이해하고, 일상생활의 자기승화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주요 장치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일상심과 공부심의 정반합
사람들의 삶에 걸림돌이 되는 어리석고, 요란하고, 그른 마음들은 보통 부정적인 습력에서 기인한다. 이때 필요한 마음공부의 한 방식은 그런 일상심을 조작하거나 정지시키려 하는 개입(intervention)의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려 대중잡는 가운데 탈동일시를 이뤄 심리적 안전지대를 확보한 후 방금 전에 일어난 마음을 마음(성품)의 대소유무의 이치에 대조해 이해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공고히 한다. 이는 1차질서의 일상심과 2차질서의 공부심의 변증법적으로 상승을 노리는 마음공부다. 


무심공부와 유심공부의 정반합 
상술한 마음공부는 유념으로 생각을 비우는 무심공부다. 그런데 이는 급한 불(부정적 감정)을 끄는 데는 적합해도 동적 성질의 일상생활을 위한 마음공부로는 부족하다. 즉 생활 속 마음공부는 명상공부를 넘어 생활친화적 아이디어들을 구성해내 이를 좌고우면 않고 실천하는 유심공부가 필요하다. ‘정·혜·계/수양·연구·취사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정·혜·계 공부에는 지·정·의·행이 개입하고 있어 생활 속 마음공부는 지·정·의·행의 변증법적 진화(다중지능)를 촉진하는 공부라고도 할 수 있다. 


사후(처리)공부와 사전(대비)공부의 정반합
생활 속 마음공부는 경계 따라 부정적 마음이 일어난 이후가 되었든 그 이전이 되었든 무시무처로 마음공부할 것을 주문한다. 이와 관련해 원불교는 정할 때 하는 정기훈련과 동할 때 하는  상시훈련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런 분류법으로는 처리하기 곤란한 정과 동이 혼재해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즉 좀더 온전한 동정일여 공부를 위해 필자는 상시 응용 주의 사항 1, 2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형태의 상시 사전(대비)공부, 즉 특정 상황에서 예상 가능한 특정 경계에 사전에 대비(준비)하는 공부 개념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사전공부를 사후공부에 우선해 생활 속 마음공부의 핵심으로는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후약방문보다 사전대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과 경계의 정반합 
마음공부의 중핵 중 하나가 마음을 요란하게 하는 요인을 밝혀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원불교 내에서 경계 중심 (정전) 마음공부와 자성 중심 마음공부가 각각 경계와 생각(마음)에 초점을 맞춘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경쟁하고 있는데, 생활 속 마음공부를 선호하는 필자는 둘의 변증법적 종합을 지향한다. 

마음을 요란하게 하는 요인이 ‘경계에 대한 생각’이고, 이것은 다시 경계(외경, 외적 조건)와 습관/업(내경, 내적 조건)의 종합작용의 결과인 만큼, 마음의 요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둘 모두를 상대로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경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볼 수도 있지만, 생각의 상대짝이 되는 ‘경계’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선은 물론 두 가지 모두를 실행하는 것이다. 두 요소들이, 불교의 연기법이 말하듯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자-타의 정반합 
사람들이 겪는 번뇌나 소통의 문제들은 보통 ‘경계에 대한 생각’을 ‘경계의 객관적 모습’이나 ‘순전한 주관적 생각’으로 착각하면서 만들어진다. 전자가 남탓을 낳고 후자가 자학을 낳는다. 이런 문제의 해결이나 예방을 위해서는 착각을 자각하고, 경계와 생각을 온전히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것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과 공조할 때 더 순조롭게 진행된다. 상대방은 가령 내가 경계에 넘어지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줄 수 있고, 내 마음이 이미 쓰러진 경우에는 내게 그것을 환기시켜 줄 수 있고, 경계와 생각을 분리하는 일에 있어서나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실천하는 등의 과정에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역도 마찬가지다. 묵언수행(무심) 중심 마음공부 전통에서는 감히 기대하기 어려운 이런 자타 공조 (‘우리’ 기반) 마음공부는 개인 혼자서 수행하는 정·혜·계 마음공부의 중층화여서 혼자서 하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전통의 마음공부법보다 더 효율적이다. 짧게 말해, 생활 속 마음공부는 생활 속에서 타자와 (수평적 관계에서) 공조하는 마음공부를 지향한다. 그러한 활동은 법회나 (지도인의) 문답감정을 통한 마음공부에 우선하지만 이들을 보완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음공부와 환경의 정반합 
함께 마음공부하는 도반이나 공동체, 마음공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스승 등이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마음공부의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마음공부 친화적인 환경은 인적 환경 외에 다른 자연적, 인공적 수단들을 통해서도 조성될 수 있다. 가령 마음챙기기가 수월하지 않은 때와 장소에서 마음공부를 유발, 유도하는 표지판, 문구, 음향시설, 종, 책자 등은 마음공부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상시 휴대 가능한 모바일 기기가 등장해 마음챙김 앱(App.)처럼 삶의 현장 곳곳에서 아무 때나 마음공부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생활 속 마음공부는 제반 환경과의 역동적인 연결을 활용해서 마음공부할 것을 주문한다. 현실계와 가상계의 연결을 지향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마음공부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는 이유다. 


마음공부의 내적 및 외적 효과의 정반합 
생활 속 마음공부는 기본적으로 생활과 함께 상시적으로 하는 공부인데, 상술한 것과 같은 마음공부 친화적인 환경의 조성과 함께 좀더 현실화가 가능하게 된다. 

마음공부의 일상적 습관화가 가능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우리는 이로부터 이중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를 통해 일상심이 정화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공부과정 자체를 거치면서 자타의 일상심 및 삶이 안팎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생활 속 마음공부의 상시화가 마음 및 삶의 이중적 성장을 가능하게 해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이유다. 현대인은 머리 속이 아닌 삶의 현장 지금여기에서 말이 아닌    (마음+몸)으로 실천하는 마음공부가 요청된다. 

생활 속 마음공부는 마음만 정화하는 공부가 아니라 마음, 삶, 사회 모두를 정화하는 공부요, 그것도 동시에 정화하는 공부다. 그리고 이 공부는 ‘나’(마음)를 끊임없이 수직·수평·내외로 연결하면서 그것이 가져다주는 변증법적 공진화의 내·외 효과를 다시 변증법적 공진화시키는 공부다. 이는 원불교의 물질정신개벽, 이사병진, 도학병진, 영육쌍전, 삼학병진, 유무념공부, 자타력병진, 무시·무처선, 동정일여 등 다양한 쌍전, 병진, 병행, 겸전, 일여, 병용, 융합, 통합 등의 공부와 정합적이고 그리고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이나 구공 역시 구족이라”는 일원상진리의 게송과 정합적이다. 물론 원불교 마음공부에 대한 현행 이해방식들과 다소간 간격이 없지는 않다.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생활불교는 단순히 불법을 일상생활에다 적용하는 마음공부가 아니다. 원불교 마음공부를 생활 속 마음공부가 갖는 고유한 시각에서 이해해보는 작업을 원불교와 마음인문학의 화두로 던져본다. 

이기흥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
이기흥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

이기흥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
ㆍ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철학박사
ㆍ서양 현대철학 전공
ㆍ관심 분야: 마음치유 및 마음공부론

 

[2020년 7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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