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란(성경) 이사 /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송란(성경) 이사 /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원불교신문=이송란 이사] 작년 10월 초,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금산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이번 방문으로 이미 3년째 찾아가는 학교다. 진행할 수업은 4회기에 걸친 ‘찾아가는 학교햇빛발전소 교육’ 중 마지막 수업으로 주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였다. 아이들은 ‘오늘은 무슨 놀잇감이 나올까’ 기대하는 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협동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물론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혼자요” 라고 답했다. 그 대답을 듣고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면 ‘혼자’라는 답은 내가 예상한 몇 가지 답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정해둔 대답은 ‘경쟁’이었다. 나는 왜 그때 협동의 반대말이 ‘경쟁’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이 짧은 장면은 내 뇌리에 남아서 수업 이후로도 종종 다시 떠올리곤 했다.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협동’의 정확한 뜻이 무엇이던가? 사전에 실린 정의는 ‘여럿이 힘을 합쳐 서로 돕는 것’.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협동이란 여럿이 ‘함께’ 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항하며 민주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단결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협동조합 바깥 세계의 ‘경쟁’이 반대말이라고 생각했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함께’ 함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먼저 알려주었다. 3년간 만나온 아이들로부터 새로운 배움을 얻은 경험이었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3년 7월, 기후위기와 핵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연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고자 설립됐다. 또한 원불교 창립과 함께 시작된 저축조합운동을 계승해 민주적인 협동조합 활동으로 구성원의 복리 증진과 사회적 공동체를 복원함을 창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7년간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창립 목적에 따라 전국의 교당 및 기관, 학교 등 다양한 건물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해오고 있다. 2016년에는 상업용(햇빛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한전으로 판매하는 발전소)과 소비용(햇빛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직접 소비하는 발전소)을 포함해서 100개 햇빛교당 만들기 사업을 완수했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치한 제1호 발전소는 덕진교당의 옥상에 올린 발전소다. 

덕진교당 햇빛발전소는 10kW 규모로 작은 발전소지만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게는 에너지전환을 실천하는 첫 발전소로 그 의미가 큰 발전소이다. 이후로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발전소 용량에 관계없이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전국의 교당·기관·학교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에너지 전환을 위해 달려왔다. 그 결과 100개 햇빛교당을 만드는 성과를 냈다. 100개 햇빛교당 이야기는 타종교계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우수한 종교계의 에너지전환 사례가 됐다. 이제는 100개 햇빛교당을 넘어서 모든 교당을 햇빛교당으로 만들겠다는 ‘몽땅햇빛교당’ 사업으로 확장해 진행하고 있다.
 

둥근햇빛발전 제1호 덕진햇빛교당 준공식.
둥근햇빛발전 제1호 덕진햇빛교당 준공식.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나눔사업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햇빛발전소 설치만을 사업의 영역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조합을 협동조합답게 운영하기 위해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제시한 ‘협동조합 제7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7원칙의 가장 마지막 원칙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다. 이 원칙은 협동조합이 조합원과 조합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소속된 지역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 함으로써 사회·경제·환경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함을 의미한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나눔 사업을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조합은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며 통일햇빛기금을 꾸준히 준비해오고 있다. 지난 해는 에너지전환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 받았으며, 대한민국 제1회 솔라리그 경진대회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으면 그 상금으로 북한이탈주민을 후원한 바 있다. 또한 네팔의 포카라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해외 교당에 첫 햇빛에너지 나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네팔 포카라 교당 햇빛발전소 설치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수익금을 기부하고, 나눔에 동참한 많은 교도들의 합력으로 이뤄낸 사례다.

에너지 교육, 중요한 사업 중 하나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조합원이 우리의 공통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 사업을 이끌고 조합을 운영한다.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은 ‘함께 하는 사람들’에 있으므로 사람을 가르치고 성장시켜서 활동하게 하는 일은 모든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도 조합원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중요한 사업이다. 조합원 및 햇빛교당들이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어 한 자리에 함께 모이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햇빛교당 또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있는 기관들을 찾아가서 에너지교육을 진행해왔다. 특히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학교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에너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서울금산초등학교는 2017년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해부터 매해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협동조합이 학교 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지역에의 기여’를 실천하고 있다. 
 

둥근햇빛발전 포카라교당 햇빛 나눔.
둥근햇빛발전 포카라교당 햇빛 나눔.

2020 조합원 교육, 온 오프라인 동시 진행
언택트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느슨해진 단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합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는 8월과 9월에 걸쳐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는 배움의 자리를 마련했다. 총 4회에 걸친 교육은 8월 18일에 시작할 것이다. 그린뉴딜 관련 전문가인 이유진 박사와 함께 한국의 그린뉴딜에 대해 짚어보고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한다. 시공간 상의 제약으로 교육에 참여가 어려운 많은 조합원들을 위해 온라인 중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서 2회차 교육은 일주일 후인 8월 25일에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과 협력해 몽땅햇빛교당을 시공하는 KR솔라 최충기 이사와 함께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실제적인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3차시 교육은 9월 8일에 협동조합 확산에 기여해온 주수원 강사가 협동조합답게 운영하는 지침과 우리 조합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마지막 4차 교육은 9월 25일,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진들이 모여서 작은 자유토론을 열어 실제적인 협동조합 운영의 방향과 과제를 점검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교육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새로운 교육의 틀을 기획하는 첫 시도이다. 많은 조합원과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만나며 소통하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2020년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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