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 상설고해소 신부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문제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인간의 무차별한 생태계 파괴이다.”

김홍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 상설고해소 신부(한국종교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코로나19는 자연생태계 파괴의 결과라고 직언한다. 거리도 공간도 장맛비로 젖은 여느 오후, 그를 만났다. 지난 달 21일 열렸던 한국종교연합 평화포럼에서 그는 ‘코로나19 이후 종교문화생활의 변화와 대응’에 대해 발제했다. 평화포럼 발제를 중심으로 그와의 대화가 깊어졌다. 


사고의 전환에 대한 다양한 담론
그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는 인간의 무절제와 탐욕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결과물”임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앞서 말했다. “앞으로도 인간이 과거와 같이 계속 지구상의 생태계를 무차별하게 파괴한다면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주기는 점점 더 짧아질 수 있다고 생태학자들은 경고한다. 인간은 창조주가 인류에게 선물로 준 지구상의 자원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존재가 아닌, 보전해야 할 임무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새롭게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미국에 대해 그 허상의 단편을 바라보게 됐다”는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을 이었다. 과잉생산 자본주의는 생태계의 무한정 파괴라는 도식을 가져오고, 이는 인류에게 코로나19와 같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생태환경측면’의 분석은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인간 집단 지성의식이 아직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시대적 징표’
1962년부터 1965년까지 로마에서 개최됐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톨릭교회에서 쇄신의 공의회라고도 불린다. 그는 공의회의 주요 주제어 중의 하나는 바로 ‘시대적 징표’였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모름지기 시대의 징표를 잘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그는 “이에 따른 실천적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전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시대적 징표는 과언 무엇일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표징은 무엇인가. 그는 종교인의 시각에서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요 문헌 중 하나인 ‘사목헌장’ 1항을 예시했다. “이를 오늘날 우리 시대에 빗대어 말한다면 ‘오늘날 모든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슬픔과 번뇌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교회는, 아니 더 나아가 우리들의 각 종교는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의 고통 받는 이들과 어떠한 모습으로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어떠한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어쩌면 그와는 상관없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만을 찾고자 애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지는 않은가.” 
 

각 종교는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의 고통 받는 이들과 
어떠한 모습으로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어떠한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종교의 본래 의미와 역할 회복해야 할 때 
“코로나 이후 종교도 비대면으로 어떻게 신자들을 배려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각 종교는 시대의 징표를 올바르게 읽고 이해하면서, 그러한 표징들을 실천적 행위로써 드러낼 때 비로소 종교 본연의 사명을 완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가톨릭의 경우 대부분의 전례는(가톨릭 용어로 성사집행) 대면 형식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교회의 전례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성사’이다. 세례, 견진, 성체, 고해, 성품, 혼인, 병자성사 등 7개의 성사는 사제와 신자가 만나서 이뤄지는 대면 형식이다. 비대면 시대에서의 성사집행에 대한 전진적이고 신학적인 연구와 성찰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는 “팬데믹 상황은 종교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종교의 본래 역할을 회복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며 종교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평신도 신학연구 단체인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에서 주최한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천주교회’라는 심포지엄에서 오지섭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의 발표에 주목했다.

“코로나19가 종교에 가져온 변화는 기존의 종교 형식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을 이은 그는 “오지섭 교수는 성과 속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현실의 삶 속에서 거룩함의 영성을 실천함으로써 현세 삶을 변화시켜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고 요지를 전했다. 

때문에 성스러운 시간과 공간의 의미는 단지 제한된 예식과 성전 안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의 삶 전체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연과 인간 공존하는 지구공동체 삶
아시아엔(The AsiaN)의 편집장 비비엔 리치(Vivienne R. Reich)는 ‘코로나가 인류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현실을 기도문으로 정리했다. “종교인들이 깊이 묵상하고 되새겨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성과 시대의 징표를 읽어낼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 창시자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하면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과연 우리 스승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길이었는지 성찰하는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그는 “각 종교는 코로나19 이후 종교 본연의 존재 이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말의 핵심을 잡는다.

근본적 성찰을 통한 각자의 깨달음이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그렇게 인간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며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인간존엄성 존중의 사회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지구 공동체의 삶으로 함께 걸어가기를. 
인간이 바라는 내세의 구원은 바로 여기, 현실의 삶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그. 그의 눈빛이 깊다.

[2020년 8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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