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5년 법인절이 다가오고 있다. 법인절은 원기4년 소태산 대종사와 표준제자 9인이 창생을 구원할 서원을 세우고 올린 간절한 기도가 법계의 인증을 받은 날이다. 법인절은 신정절· 대각개교절·석존성탄절과 함께 원불교의 4대 경절 중 하나이다. 모든 경절이 소중하지만 새 시대 주세교단의 맥락에서 볼 때 법인절이 차지하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첫째, 새 시대 불공법의 표준을 보여주었다. 소태산은 9인 제자를 뽑아 원기2년 7월 26일에 최초 수위단을 조직했다. 하지만 바로 기도를 시작하지 않았다. 원기2년 8월 저축조합을 결성하여 금주, 금연과 보은미 저축 등으로 회상 창립의 경제적 기초를 마련하고 원기3년 3월에는 방언공사에 착수하여 약 1년간의 천신만고 끝에 2만 6천여 평의 간척지 정관평을 개척해낸다. 

10월에는 새 회상 첫 교당인 옥녀봉 구간도실 건축을 시작한다. 기도에 앞서 무아봉공의 헌신으로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의 성격과 지향을 체화한 것이다. 생사를 초월한 진리불공 이전에 이미 용광로에서 잡철을 녹이듯 간절한 실지불공으로 진리에 다가간 것이다. 10인은 이 단련의 기간을 거친 이들이다. 

둘째, 새 시대 공부법의 표준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으나 10인이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심중하다. 

함께 일하고 함께 공부하며 이사병행 영육쌍전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알음알음 모인 시골 사람들이 시방세계를 상징하는 10인 단원으로 모여 일심 합력하고 주경야독으로 새 회상의 기틀을 마련했으니 기존의 관점에선 범상한 일이 아니다. 소태산은 광대무량한 낙원이 위대한 지도자 한 두 명의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보았다. 범부와 중생들이 깨어나 연대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10인의 단원이 하나로 뭉쳐서 동과 정을 아우르며 공부하고 보은했던 빛나는 전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새 시대 교단조직의 표준을 보여주었다. 법인절은 10인이 1단으로 완성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기 2년에 결성된 최초의 교화단은 2년이나 지나서야 법계의 인증을 받은 셈이다. 단을 ‘뭉쳐서 하나 된다’라는 뜻으로 풀어준 정산 종사의 말씀은 왜 법인절을 교화단 완성을 기념하는 날로 보아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소태산과 9인 제자들은 피와 땀과 눈물을 함께 흘리며 신앙과 수행의 법열을 함께 나누며 하나로 뭉쳤다. 10인은 1단으로 새 삶을 얻었고 법계의 인증을 받았다.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찾는 교화단의 정신은 법인정신의 핵심이고 정신개벽의 원동력이다. 

원불교도는 누구나 단원이고 누구나 단장이 되어야 한다. 법인절을 맞아 모든 교화단원들은 최초의 교화단원으로 돌아가 더욱 단단하게 하나로 뭉쳐야 한다. 교화단에 교단의 미래가 있다.

[2020년 8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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