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항하사 모래알의 수’라는 말이 있다. 인도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 많다는 의미로 사용하며 천문학에서는 ‘10의 52승’을 항하사라는 단위로 사용할 만큼 우주적 스케일의 큰 숫자를 말한다. 이런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숫자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바로 빅데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보이지 않는 전자 상의 데이터는 사람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불어났으며, 미래 세상의 가장 힘 있는 정보라고 의심치 않는다.

과거 영화계는 도박판이라고도 했다. 감독과 배우가 좋고 시나리오가 재미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큰 빚을 남기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시대가 된 지금, 넷플릭스(영화 제공 서비스)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수집해 직접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장르와 좋아하는 배우를 선정하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그야말로 맞춤형 서비스가 도래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업의 영역을 넘어 공적인 영역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정부기관에서는 많은 민원들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미래의 정책과 다음 예산을 확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낭비되는 행정력을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

빅데이터라는 항하사의 보고를 두고 종교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웃종교는 설교의 주제와 예화 선정을 신도들의 빅데이터 속에서 찾고, SNS 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상처받은 것을 주제로 영상 법설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기업과 단체들은 지금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데이터를 관리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도태되는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원불교는 마음공부를 모토로 삼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더 빠르게 인식한다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교단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교단은 이러한 세상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빅데이터 전문 분석가를 양성해야 한다. 2004년 원티스(WonTIS, 원불교종합정보시스템)가 오픈된 지 15년이 훌쩍 지났다. 교정원은 그동안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저장·관리해 왔다. 교정원이 업무 수행 중 관리하는 정보를 재가출가 교도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교정정책에 대한 참여를 유도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한 원티스 도입 후 효율성과 편의성에 부합하고 있는지 반조해 보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교화에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겠다.

빅데이터는 분석을 넘어서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인 성불제중을 실현하는데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표방하는 교단은 빅데이터를 얼마나 선용하고 있는가. 

[2020년 8월 2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