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보·통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소태산 스승님은 수행자로서 주어진 인생을 의미있게 쓰라며 저에게 이 계문을 내어주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정신기운과 시간을 뺏는 잡기에 빠져있다면 깨우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일상 중에서 동과 정이 골라 맞게 하시고, 일 없을 때에 정신을 수양하여 맑은 기운 담뿍 얻고 보은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현대인과 잡기 
잡기는 경전법문집 앱 설명에 따르면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방탕한 생활로 이끄는 놀이’를 말하는데요. 과거에는 농민들이 농한기 저녁 사랑방에 모여 화투, 마작, 골패 이런 것들을 하셨다고 합니다. 
요즘 현대인의 흔한 잡기는 휴대폰게임, PC게임, 웹툰, 웹서핑, TV, 유튜브… 이런 것입니다. 지금 40대는 청소년기 PC게임에 빠져 살던 세대이고, 20대는 어릴 때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 세대입니다. 제 아들은 두 살 때부터 휴대폰으로 유튜브에 노출되었죠. 
PC게임은 사용자를 빠져들게 하는 요소가 매우 현란합니다. 마흔이 넘은 우리 남편은 ‘롤’이라는 PC 게임을 좋아하는데, 4~5명이 같이 30분간 게임하니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대요. 정신 빼앗아가려는 잡기 도둑님들 수법이 많이 늘었습니다.

 

잡기를 말며, 생산적 시간을 보내라
대종사님은 왜 보통급 불제자에게 잡기를 말라고 하셨을까요.
실용적 관점에서는 도박, 주색잡기를 하면 돈과 시간이 낭비되고 패가망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소소하게 돈이 안드는 휴대폰 게임은 해도 될까요? 이 부분에 대해 원불교의 지침은 명료합니다. 
우리 원불교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라고 합니다. 솔성요론 5조 “주색 낭유하지 말고 그 시간에 진리를 연구할 것이요”, 정기일기법 “공부인이 주의하여 잠시라도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것이요”, 상시응용주의사항 3~5조 “노는 시간이나 남은 시간에 경전법규 연습, 의두연마, 염불과 좌선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교과서의 바른 생활 규칙 같기도 합니다. 대종사께서 보통급 수계자에게 주는 분명한 지침은 불지 출발 수행자로서 성불제중의 서원으로 계획적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은의 크신 은혜에 부지런히 보은하고 복혜를 장만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종사님이 “공부해라, 일해라”라고만 강조하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적당히 휴양을 하라(인도품 43장), 활력을 주도록 소창도 하라(교의품 33장)”라고 하셨습니다. 심지어 “불보살들은 이 세상을 유희장 삼기도 한다(불지품 23장)”라고도 하셨지요. 
대종사님은 공부와 사업 뿐만 아니라, 잘 쉬는 것도 생산적인 시간으로 보신 것입니다. 이에 반해, 잡기는 정신기운만 빼앗아가는 무익한 시간입니다. 따라서 “내게 유익이 있었는가 없었는가”로 잡기와 휴양·소창이 구분될 것입니다.

 

나의 잡기생활 반성 
계문연재를 하며 한 달에 하나씩 내 습관을 고쳐보자고 다짐했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게임, 고스톱, 이런 것을 즐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휴대폰 중독자인데요. 한번 제 모습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시간날 때마다 초록색 앱을 눌러 인터넷 뉴스를 보더라고요. 화장실, 엘리베이터에서요. 먼저 코로나19 뉴스를 보고, 메인뉴스를 다 보면 그 밑에 자극적인 기사를 또 무심코 눌러봐요.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연예 가십기사도 들어가 봅니다. 그 다음에는 쇼핑몰앱, 그리고 직장인 익명앱, 맘까페, 단톡방… 이런 곳을 자동적으로 누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게 유익이 없어요. 그냥 마음이 방황해서, 쓸데없이 가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어볼 때마다 조심합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릴 때,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도 일부러 안보기로 주의해요. 그리고 ‘1분선’ 호흡하거나, 내 몸과 마음 알아차림도 하고요, 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대종사님을 마음속에 떠올립니다. “오늘도 대종사님 제자로 살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면서요. 그러면 마음에 행복이 퍼져가는 게 느껴집니다. 네, 오늘도 저는 휴대폰 중독자가 아니라 조촐한 마음 간직한 대종사님 제자이자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잡기를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2. 나는 어떤 잡기에 사로잡혀 있습니까? 

3. 잡기에 잡혀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까? 

4. 나의 하루 시간 사용은 어떠합니까?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정전』 수행편 제6장 일기법 
정기일기법에서 ‘작업 시간 수’를 기재함으로써 가치있게 보낸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하고, 공부인이 주의하여 잠시라도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교의품 33장 
대종사님은 정당한 일을 부지런히 하고, 피로의 회복을 위하여 때로는 소창(활력을 주는 놀이)도 하라고 하시며 원융한 불법이 내 법의 주체라고 셨습니다. 

『대종경』 인도품 43장 
모범적인 가정을 위한 10가지 중 하나로, 복잡한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몸과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매월 또는 매년 몇차례씩 적당한 휴양으로 새 힘을 기르라고 하셨습니다. 

『대종경』 인과품 30장 
어떤 청년이 대종사의 제자가 되어 사람다운 일을 하기로 맹세하더니,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패하였습니다.  대종사님은 “그대가 방심하여 가산을 탕진하고 모든 일에 곤란을 당한다”라고 깨우쳐 주셨습니다.
 
『대종경』 불지품 23장 
“불보살들은 이 천지를 편안히 살고 가는 안주처를 삼기도 하고, 일을 하고 가는 사업장을 삼기도 하며, 유유 자재하게 놀고 가는 유희장을 삼기도 하나니라” 

 

[2020. 8. 28. 마음공부16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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