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대종사가 지향한 종교는 생활과 하나된 종교다. ‘불제자가 됨으로써 세상일을 더 잘하’는 종교인을 원했다. 이런 관점은 상시훈련법에서 ‘모든 일을 처리한 뒤에 그 처리건을 생각하여 보되,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실행이 되었는가 못 되었는가 대조하기를 주의할 것’이라고 구체화된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 가운데 가장 큰 사업이었던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하‘기념관’) 건축 일을 대조 공부 거리로 삼아본다.

첫째, 본래 목적을 돌아보자. 원불교100년을 맞아 노후한 옛 원불교서울회관 대신 한강변 랜드마크가 될 만한 새 건물을 짓자는 오랜 열망은 재가출가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실현되었다. 기념관은 원불교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의 건립 목적을 돌아보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사실 예전 서울회관도 법적 소유권자인 총부와 실제 사용자인 서울교구 사이에 말 못할 갈등이 있었다. 서울지역 교도들은 막대한 성금을 부담했지만 서울회관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정서적으로나 교화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 지속되었다. 교구자치제 추진의 지지부진함에서 비롯된 갈등이 반복해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교화를 살리기 위해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마음으로 합력해서 기쁘게 준공했던 재가출가 교도들의 마음이 상처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견이 있는 기념관 수익의 용처도 본래 목적과 대조해서 교단적 재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둘째, 과정을 돌아보자. 계획 그대로 되는 일은 없다. 늘 환경은 변하고 생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념관 건립 과정에도 수기응변이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왜 그래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 최선을 다한 관계자들의 의도와는 별개로 여러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의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해오할 것은 해오하고 교훈 삼을 것은 교훈 삼도록 해야 마땅하다. 

셋째, 돌아볼 자료가 부족하다. 기념관은 교단 구성원 모두의 것이고 세상 사람들의 것이다. 관련 자료는 당연히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백서’ 발간 절차부터 시작해서 사업을 완결지어야 한다. 아쉽게도 교정원은 교단적 평가 작업을 외면한 채 회의록 같은 기초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 공변되지 못한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교도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시급히 자각해야 한다.

기념관을 비롯한 모든 교단사의 주체는 전교도이다. 공도 과도 우리 모두의 것이다. 교단 살림이 투명하고 맑아야 교단은 더 밝아지고 훈훈해진다. 함께 했으면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차분히 교단적 평가 작업에 착수하길 기대한다. 우리 모두 대조하기를 주의하자.

[2020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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