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현 기자
최지현 기자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70분에 20만원’. 얼핏 놀이동산 기구를 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문구는 얼마 전 동물학대로 논란에 휩싸였던 거제 고래류 체험시설의 홈페이지 내용이다. VIP 라이드 체험이라는 이름하에 멸종 위기종인 돌고래 ‘벨루가’를 직접 ‘타고’, ‘만지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벨루가 라이딩 광고는 지금이 2020년이 맞는지 의문마저 갖게 한다. 

20만원을 지불하면 약 70분 동안 멸종 위기종인 벨루가를 놀이기구처럼 타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는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동물학대’라고 분노를 드러냈고, ‘멸종위기 돌고래를 서핑보드처럼 타고 놀게 하고 돈을 받는 행위, 과연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요’ 국민청원 글이 5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7월에는 12살의 수컷 벨루가 ‘루이’가 여수 H 아쿠아리움에서 폐사했다. 루이가 지내온 아쿠아리움의 주수조 수표면 면적은 165㎥로 국내 고래류 수족관 중 가장 좁다. 수심 700m까지 잠수하며 수영하는 벨루가에게 7m 깊이의 수조는 ‘감옥’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얼마 전 국제 야생 동물 자선 단체 ‘본 프리(Born Free Foundation)’는 ‘생명의 불편함: 봉쇄된 삶(Creature Discomforts: Life in Lockdown)’이라는 광고를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했다. 애니메이션 형식의 이 영상은 마이크 앞에 앉은 호랑이 두 마리로 시작된다. 철장에 갇힌 호랑이들은 피곤하고 지친 목소리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어 서커스단에 잡힌 코끼리, 수족관 속 범고래, 철장 안의 원숭이들이 등장하며 “갇히기 전 그리운 일상이 기억나지 않는다. 우울하고 아주 외롭다”라고 말한다. 
 
이 영상에 주목해야 할 것은 동물들의 목소리가 코로나19 봉쇄령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 한 것이라는 점이다. ‘잠깐’의 격리에도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평생’을 갇혀 사는 동물들에게 덧입힌 이 광고는 “야생 동물이 평생 동안 직면하는 좌절과 타협에 대한 짧은 통찰력을 줬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대종사는 『대종경』 변의품 19장을 통해 “인상(人相)이라 함은 만물 가운데 사람은 최령하니 다른 동물들은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라 마음대로 하여도 상관없다는 인간 본위에 국한됨”이라고 말씀했다. 사람이 다른 생명에 비해 최령하다는 생각으로 인해, 이기적인 인간 중심 세계를 이뤄서는 안된다. 

좀 더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인류의 욕심으로 인해 선택권 없는 ‘감옥’에서 태어나고, 삶을 마감하고 있는 동물들. 

“우리에게 봉쇄령은 일시적이었지만 동물에겐 평생입니다.” (본 프리 광고중). 

동물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물도 자유롭고 싶다.

[2020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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