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타원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주간 최고상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이선종 원로교무(은덕문화원 교령)가 2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양성평등주간 25주년을 기념해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문화확산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주는 포상 가운데 최고상이다. 

이 원로교무는 환경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2001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환경재단이 선정하는 ‘우리 사회를 밝게 빛낸 사람들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종교인으로서 우리 사회 여성·평화·인권·환경·통일 그리고 종교 간 대화와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그를 은덕문화원에서 만났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받은 전통 한옥 은덕문화원, 설립자인 그의 기운을 닮아 눈길 닿는 공간 곳곳이 단아하다. 
 

종타원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종타원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시민운동 1세대, 인권·평화운동 지원 
“대종사님 위대한 사상을 만나 교단의 훌륭한 공동체 안에 살면서 선 후진의 이해와 합력의 힘이 컸다. 상을 받으러 갈 때도, 다녀와서도 법신불 전에 큰 절을 했다”라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한 이 원로교무. 대종사 향한 그의 마음이 온전하게 교단과 선 후진에까지 닿는다.

“교단 일이나 밖(사회)의 일이나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고 두 개의 수레바퀴를 내 힘껏, 역량껏 굴렸다”는 그의 공적은 가히 넓고 깊다. 시민운동 1세대인 그는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고문을 역임하며 시민사회와 인권·평화의 다양한 현안을 주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담했다. 

희망제작소, 고문피해자를 위한 모임, 진실의 힘 등 시민운동가들의 포럼과 대담, 행사지원을 이끌었고, 시민네트워크의 관계 형성을 위해 ‘2009 서울민주주의 포럼’, ‘일본평화헌법 9조 노벨평화상 추천’ 등의 시민운동도 전개, 지원했다. 후원회나 독지가의 도움이전혀 없었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시민운동의 길을 걸었다.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여성지도자 사회적 연대 교류  
여성운동에도 열정을 쏟았다.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여러 여성단체를 후원하고, 여성 지도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 성평등과 여권 신장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촉진했다. 한국의 대표적 여성운동 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후원회장과 여러 여성단체의 이사 및 고문을 역임하며 다양한 후원행사를 은덕문화원에서 주최했다. 세계여성대학총장 초청 오찬행사, 국제여성문제 담당 전권대사초청 여성지도자 모임 등을 전통한옥 은덕문화원에서 진행하며 국제사회 여성 리더들에게 한국과 원불교 문화를 알렸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공동주관하며 동북아 각국 여성들이 분쟁해결의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모색하고, 여성평화외교포럼의 창립과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여성운동이 여성권익 신장을 넘어 국제사회의 갈등 해결과 평화실현의 주체적 당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평을 넓혀보자는 의지였다. 


환경운동, 대안 찾는 공론의 장 마련
환경운동은 교단 내에서부터 출발했다. 교단 환경단체인 천지보은회를 창립(2000년)하고 종교환경회의를 출범, 공동대표를 겸직하며 지리산 살리기, 새만금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으로 활동하며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여러 대안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자문하는 일도 그에게는 중요했다. 이는 교단 내 햇빛발전소 창립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또한 환경재단, 여성환경연대, 환경정의 등 국내외 여러 환경단체 행사를 지원하고, 종교환경단체와 연대활동을 했다. 특히 환경교육 및 탈핵과 에너지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세미나 등을 개최해 환경문제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고, 한국사회의 에너지 정책 방향 전환 등 대안을 찾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근본적 치유와 통합, 소태산 아카데미
우리 사회의 근본적 치유와 통합을 위해 소태산 아카데미도 운영했다. 시대문제를 읽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인문·학술 활동과 변화의 실천적 주제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가 담긴 교단 최초의 아카데미다. 2008년 시작한 소태산 아카데미는 원불교 사상 강좌, 인문사회 특강, 패널토론 등을 진행하며 사회흐름과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한국사회 변화를 위한 대안을 강구했다. 이 원로교무가 마련한 전통한옥 공간 은덕문화원은 우리 사회의 결핍된 인간적 관계, 공적 공간을 복원하는 통합과 공론의 장으로 사회 인사들과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고, 사회 현안의 해법을 찾아가는 소통 창구가 됐다. 그렇게 한국 지성인들에게 원불교를 각인시켰고, 여성교역자 정복을 알리며 원불교 교역자 상을 제시했다.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철이 나고 까닭 있게 사는 성직자
대중과 함께 하는 삶, 때론 시비이해로 이 원로교무가 견뎌내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 왜 없었을까. 그래도 ‘진리적으로, 교법으로,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으니 포기할 수도 좌절할 수도 없었다’는 그는 ‘인내하고 극기하고 절제하며 자신에게 참 무섭게 했음’을 인정한다.

“교단에 없어서는 안되는 교역자, 대종사님께 효도하는 교역자, 장년기에 추수가 풍요로운 교역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의식을 관리하고 모범 되게 살아왔다”는 그는 “원불교 회상에 살면서 철이 나고 까닭 있게 살기가 쉽지 않다. 철이 나야 공가집 살림이 무서운 줄도 알고, 국 크게 사용할 줄 안다”라며 다음 말을 잇는다. 

“공동체는 항상 깨어있는 의식으로 소리없는 소리를 경청하고 판단하고 준비도 해야 한다. 말 안하는 대중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해야 한다. 우리가 쓰는 돈, 시간, 공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사용할 수 없다. 우리가 그 책임을 짊어지며 살아가야 한다.”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이선종 은덕문화원 교령

단 한 사람이 있어도 가득 찬 공간, 이 원로교무가 머무는 곳은 강직하면서도 따듯하고, 냉철하면서도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 찬다. “대종사님 교법이 너무나 위대하다. 대종사님 교법을 통해 우리의 인격이 어떻게 거듭났는가, 거듭난 인격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전할 것인가.” 스스로는 가난했고, 군중 속에 고독하게 깨어있으며, 고난의 무거운 짐을 자청해 짊어지고 살았던 그가 가장 중요하게 가슴에 담아두는 질문이다. 이 원로교무의 국민훈장 동백장이 빛나는 이유다.

[2020년 9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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