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윤관명 교무

원기46년 12월, 정산종사는 병상에서 사대경륜을 다시 유촉했다. 그 내용은 교재정비, 기관확립, 정교동심, 달본명근 네 가지다. 정산종사에 이어 교단 반백년 시대를 맞이한 대산종사는 사대경륜을 이어받아 교단을 발전시켰다. 이렇게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의 일원대도가 역대 종법사의 경륜으로 함께 이어오고 있다. 

경륜(經綸)은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포부를 가지고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함이다. 『원불교대사전』에는 천하를 다스리는 일과 같이 중요하고 큰일에 쓰는 말이라 한다. 그래서 경륜은 교단을 경영하기 위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교단은 3대를 마무리하고, 4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시대의 흐름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야 한다. 2020년 올한해 전세계 온인류가 함께 변화의 쓰나미에 부딪혔다.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했고, 서로를 멀리해야만 하는 낯선 상황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그러나 커다란 환경의 변화를 냉철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 질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발달된 과학문명을 이용해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고 있다. 대면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직장인들은 지택근무를 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이 변화하는 삶의 변화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부터 예측된 변화다. 단지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라 볼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환경의 변화를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변화의 큰 물결을 만난 우리는 물결 위에서 함께 출렁이며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로 들어가 내면의 흔들림 없는 바다속을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불안해 하는 이들을 인도해야 한다. 

『정산종사법어』 유촉편36장에는 사대경륜 가운데 달본명근(達本明根)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 “모든 사업에 힘쓰는 중에도 각자의 수양에 등한하지 말아서 우리의 본래사를 요달하며 항상 그 근본을 잘 밝혀서 불망기본하자는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달본(達本) 근본을 통달하고, 명근(明根) 뿌리는 밝힌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있어 근본과 뿌리는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인 성불제중(成佛濟衆), 제생의세(濟生醫世)이다. 복잡다단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속에서 우리가 맡은 책무는 깊은 내면의 힘을 기르고,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배의 나침반이 되고, 어두운 산길을 걸어 가는 나그네들의 등불이 되어 인류의 마음에 평화와 안심을 주는 일일 것이다. 

교단4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현실 변화에 조급해하지 말고, 근본과 뿌리를 밝혀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을 실현해야 한다. 

[2020년 9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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