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31명의 전무출신이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법신불 전에 퇴임을 봉고했다. 이제 이들은 교역의 현장을 떠나 휴양의 도를 따라 은퇴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우리와 고락을 함께하며 보은의 땀방울을 흘리던 정든 모습들을 더는 현장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오랜 신앙과 수행으로 갖춘 법력과 치열한 현장 경험으로 얻은 지혜와 경륜을 생각하면 이분들의 퇴임이 아쉽고 교단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인과의 이치에 따라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고 더 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은혜롭게 받아드릴 일이다. 현직에 남은 후진들도 퇴임 원로들을 위한 불공에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몇 가지 불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하나, 값진 일생을 기록으로 남겨드리자. 전무출신으로 평생을 살아온 퇴임자 개인의 기록은 매우 소중하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교단적으로도 공유해야 할 귀한 자산이다. 거기에는 교단의 살아있는 역사와 진솔한 신앙담, 수행담 등이 담겨져 선진과 후진의 맥을 잇고 교단의 미래를 밝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수백 쪽짜리 전기가 아니어도 좋다. 자칫 한두 장의 약력으로만 거룩한 선진의 생을 기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비교역자들이 공부 삼아 그분들의 일생을 구술사로 남겨도 좋겠고 관련 기관들이 나서는 것도 좋겠다. 물론 본인들이 자력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도 좋겠다. 공도자 숭배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둘, 질 높은 정양 서비스를 제공하자. 현재 교단의 정양 수준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관련 부서와 기관들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 한계가 있을 수 없다. 가장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부단히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앙에 집중된 시설 편중 현상을 극복해야 하고 교구자치제에 걸맞게 지역별로 적정 규모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양시설들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시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현장과 소통이 단절되는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데서 남녀노소 선후진 출가재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면 은퇴 이후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셋, 생산적 프로그램을 시도하자. 퇴임 후에 일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는 것은 휴양의 도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다양한 생산적 프로그램을 시도할 필요는 있다. 퇴임자들의 취미를 살리는 재능기부, 혹은 건강을 위한 활동 거리 정도로 소소한 생산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자.

퇴임 이후의 삶이 교단의 따뜻한 관심과 선후진의 끈끈한 유대 속에서 법열 가득한 대적공의 시간이 되도록 불공하자. 활불에 대한 예우를 다하자.

[2020년 9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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