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창현 소장] 첨담과학과 정보기술이 사회발전을 이끄는 시대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경제시대를 이끌 주요 산업원료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에 전자도서관으로 개건돼 문을 연 사리원시의 황해북도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소학교 학생들이 줄서 있다.
2008년에 전자도서관으로 개건돼 문을 연 사리원시의 황해북도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소학교 학생들이 줄서 있다.

북한도 2000년대에 들어와 첨단 과학기술과 디지털 경제에 기초한 경제재건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과학기술만이 살길”이라며 “사회주의 건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과학기술중시를 확고한 국풍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를 “과학기술 열풍으로 들끓었던 한 해”라고 평가할 정도로 과학기술 연구와 학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에 전체 주민을 과학기술 인재로 만들겠다는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 구상을 내놓았고, 북한은 이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북한은 과학기술분야 예산을 매년 7%이상씩 늘리고, 과학기술자 우대 정책을 펼쳤다. 2013년에 평양시 용성구역에 조성된 은하과학자거리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완공했고, 2015년에는 대동강가에 미래과학자거리를 조성했다. 은하과학자거리에는 인공위성, 로켓, 미사일을 포함한 군사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제2자연과학원 과학기술자들이 입주했고, 위성과학자주택지구에는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기술자들을 위한 주택단지와 교육시설이 마련됐다. 미래과학자거리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원들을 위한 주택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핵심 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생활시설을 우선 조성한 것이다.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 마련된 컴퓨터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과학기술전당의 보급망에 연결된 기관, 대학, 기업, 협동농장 등이 1만 5천여 단위에 이른다고 한다.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 마련된 컴퓨터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과학기술전당의 보급망에 연결된 기관, 대학, 기업, 협동농장 등이 1만 5천여 단위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은 다음 단계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전 인민이 학습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 확대에 나섰다. 북한에서 전자도서관은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산실인 김책공업종합대학에 처음 만들어졌다. 2006년 1월에 문을 연 이 전자도서관은 지상 5층 규모에 12개의 전자열람실, 10여 개의 도서열람실, 4개의 ‘도서열람홀’을 갖추고 있으며, 한번에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첫 전자도서관 개관에 맞춰 북한은 ‘전자도서관’이라는 과학영화를 만들어 전자도서관 이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모든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전자도서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자기 단위의 특성에 맞게 자료기지를 더 잘 구축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후 주요 대학과 각 도의 주요 도시에 전자도서관이 건설되기 시작해, 2010년을 전후해 각 도 소재지에 기존의 도서관을 변경하거나 새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전자도서관이 생겨났다. 2010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도 전자도서관이 준공됐다. 

또한 시, 군, 구역 도서관들도 ‘미래원’이라는 이름의 전자도서관으로 개조하거나 ‘정보봉사구역’ 등 일부 전자도서관 기능을 갖춘 시설을 마련했다. 이렇게 마련된 각 지역의 전자도서관은 자체 “자료기지(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컴퓨터망을 통해 자료를 공유하고, 중앙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과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중앙정보통신국을 비롯한 여러 대학, 기관, 기업소들과 인트라넷망을 연결했다. 
 

새로운 랜드마크 과학기술전당
그리고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를 조성하면서 맞은편에 있는 쑥섬에 과학기술전당을 완공하고, 2016년 1월 1일 준공식을 했다. 과학기술전당은 10만㎡ 면적의 원자구조 모양 건물로 기초과학기술관, 과학탐구관, 첨단과학기술관, 응용과학기술1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기술전당은 북한이 과학기술을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상징물이자 북한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2016년 1월 평양 대동강 쑥섬에 건설된 과학기술전당 전경.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의 복합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를 갖췄으며, 전국에 과학기술정보를 제공하는 거점역할을 담당한다.
2016년 1월 평양 대동강 쑥섬에 건설된 과학기술전당 전경.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의 복합된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를 갖췄으며, 전국에 과학기술정보를 제공하는 거점역할을 담당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 3차례나 직접 쑥섬을 방문해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과학기술전당을 “인류가 이룩한 과학기술성과 자료들을 숫자화해 보존·관리하는 종합적인 자료구축기지인 동시에, 각이한 자료들을 망을 통해 임의로 볼 수 있게 하며 정보공유, 정보교류도 할 수 있게 하는 다기능화된 과학기술봉사기지”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자료를 디지털화해 전국 어디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과학기술 봉사센터이자 북한 최신 과학기술의 보급거점인 셈이다. 

과거 북한 도서관체계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인민대학습당(중앙도서관)을 대신해 과학기술전당이 ‘지식경제시대’에 과학기술보급, 전민 과학기술인재화 정책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전당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자원을 서비스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복합시설로, 과학기술분야의 라키비움(Larchiveum)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서비스를 위해 과학기술전당은 1억 3850만 건, 약 43테라바이트(TB) 규모의 DB를 구축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전당은 이 자료를 약 1만 5천여 개에 달하는 각 도(道)와 대학의 전자도서관, 각 시·군 미래원, 각 기업과 협동농장의 컴퓨터실에 서비스한다. 

이러한 보급망을 통해 북한 전역의 연구원, 대학생, 기술자 등이 과학기술자료를 열람하고 기술토론, 성과와 경험 교류 등을 진행한다.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대리검색을 통해 해당 자료를 찾아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주요 대학에서 제공하는 원격강의(온라인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원격강의실도 갖췄다.

과학기술전당 아동열람실에서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전당 아동열람실에서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과학기술전당을 찾은 참관자와 열람자수가 연 수백만 명에 달하고, 홈페이지 이용자 수는 연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 과학기술전당에서는 해마다 전국과학기술축전,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 전국체육과학기술성과전시회, 전국청년과학기술성과전시회 등 여러 전시회와 학술토론회, 부문별 학술발표회들을 개최한다. 

남한에서는 1996년 국가적 차원에서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한국과학기술원 과학도서관 등을 연결한 국가전자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그로부터 10년 뒤에 첫 대학 전자도서관이 세워졌고, 다시 10년 뒤 과학기술전당의 완공과 함께 전국적으로 전자도서관이 보편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원천은 데이터”라며 공공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확대하고 있는데, 북한도 과학기술전당과 각 지역 전자도서관을 통해 데이터 축적과 공유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ㆍ서울대 국사학과, 동 대학원 졸업
ㆍ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전문기자
ㆍ북한대학원대학교와 국민대 겸임교수
ㆍ(사)현대사연구소 소장 역임
ㆍ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정책기획위원 
ㆍ민화협 정책위원 등으로 활동

 

[2020년 9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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