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귀성을 자제해야 하는 낯선 명절이 되었다. 바쁜 일상 탓에 명절에나 한 번씩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요즘 세태에 비추어 볼 때 섭섭함이 크다. 하지만 방역 당국도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 서로의 마음만 주고받는 비대면 명절나기를 강하게 권하고 있으니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야말로 ‘심월상조’(心月相照)를 해야 할 시절이다. 

우리 원불교인들에게 ‘달’은 매우 친근한 대상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오도송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에서 달은 그저 물리적 천체가 아니라 깨달음과 진리를 상징하는 정겨운 존재로 다가온다. 

천도법문에서는 ‘성품이라 하는 것은 허공에 달과 같이 참 달은 허공에 홀로 있건마는 그 그림자 달은 일천 강에 비치는 것’이라는 월인천강(月印千江)의 운치 넘치는 비유로 우주만유에 가득한 진리의 달을 묘사한다.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인 일원상(○)도 이지러짐 없고 환하게 빛나는 달님과 같으니 한가위 만월을 보면서 신앙과 수행을 돌아보는 홍복은 원불교인들에게 주어진 추석 보너스가 아닐까 싶다. ‘일원은 법신불이니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이라고 밝힌 교리도를 보고 있으면 소태산 스승님이 손을 들어 둥근 달을 가리키며 진리의 둥근 달이 우주만유 낱낱에도, 모든 부처님들과 성현님들의 마음에도, 모든 중생들의 참 마음에도 똑같이 떠 있으니 그걸 잘 보라고 조곤조곤 가르쳐주시는 듯하다.

지금 세상은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전쟁과 폭력, 불평등과 혐오가 들끓고 청정한 지구환경까지 파괴되는 깊은 병을 앓고 있다. 모두가 상생의 길을 찾아 지혜를 모아야 할 때지만 종교계조차도 편견과 선입견이 만연한 듯해 안타깝다. 정녕 우리는 하나로 소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꽃피우고 우주만유와 사이좋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의 마음에서 빛나고 있는 달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먼 곳에서 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이란 글을 올려 정산종사로부터 심월상조(心月相照)라는 글을 받은 철학자 안병욱. 그는 정산종사의 얼굴을 이 세상에서 본 한국인의 얼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동심동안(童心童顔), 단아무비(端雅無比)한 얼굴, 품위와 예지(叡智)와 성실의 빛이 흐르는 얼굴, 보면 볼수록 마음이 공연히 기뻐지는 얼굴, 화열(和悅)과 인자(仁慈)가 넘치는 얼굴로 표현했다. 그리고 온 몸에서 무엇인가 따뜻한 기운이 발하여 나를 흐뭇하게 안아 주는 경이로운 얼굴이라며 흠모했다. 그 달님 같은 스승님의 법문을 추석 선물로 나눠 받자. ‘우리의 정신이 온전하여 맑고 서늘하면 시방 세계 어디나 다 정토니라.’ 

[2020년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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