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얼마 전 발표된 종교인식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종교’ 및 ‘종교인’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교계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우리나라 종교단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5.5%)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적 불안도가 높을수록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적으로 종교계의 역할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전체 10명 중 7명(71.6%)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중차대한 시국에 솔직히 종교가 한 역할이 없는 것 같다고까지 느끼고 있다. 제 역할을 찾지 못한 종교계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훨씬 낮아진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비종교인들은 특별히 종교를 가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굳이 종교를 의지할 이유가 없어서(51.5%, 중복응답)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종교계의 문제점으로는 응답자(복수응답)의 65%가 종교계의 ‘부정부패’를 지적했고, ‘집단이기주의’가 뒤를 이었다. 종교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다 못해 싸늘하다. 

향후 종교활동의 의향도 매우 적었다. 각 종교 신자에 대한 이미지만 살펴봐도 불교와 천주교 신자는 공통적으로 ‘온화한’, ‘따뜻한’, ‘윤리적인’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평가됐으나, 개신교 신자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싶은’, ‘이중적인’, ‘배타적인’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있는 모습이다. 설문조사를 분석한 개신교의 한 연구소는 ‘거리를 두고 싶다’는 개신교인에 대한 이미지는 ‘아예 관계를 끊고 싶어하는 존재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중복 의미로 해석했다. 

한국사회를 위해 ‘종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 다양한 봉사활동의 주체가 되고(51.1%),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48.2%)는 목소리만큼, 종교가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39%),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28%)는 데이터 분석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코로나 우울’로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고, 일상 행위에도 날카롭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때문에 심리방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종교계가 제 역할을 찾아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종교인식 조사결과를 보면서 ‘거리를 두고 싶은’의 이미지에 밑줄이 그어진다. 불안한 시대, 위로가 되어주지는 못할지언정 거리를 두고 싶은 관계는 아닌지, 새삼 나부터 돌아봐진다. 그리고 단상 하나 덧붙인다. 나와 조직, 교화현장과 교정원, 교단과 우리 사회의 관계는 어떠한가.

[2020년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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