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현 교도 / 북일교당
오세현 교도 / 북일교당

[원불교신문=오세현 교도] 지난 백 년, 원불교로 맺은 인연들이 교무로, 교도로, 환자로, 학생으로 또 직원으로 만나 싸우기도 하고 기쁨에 얼싸안고 슬픔을 보듬어주며, 고민이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종교가 노력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해본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우리가 이 말씀을 잘 따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물질문명을 따라가라는 말씀은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봤을 때 참으로 적절한 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코로나19로 사람 간의 대면이 어려워지니 개벽된 물질을 적절히 활용해 비대면으로 우리 교법을 전달할 수 있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개벽된 물질을 사용한 참된 개벽이 아닐까 싶다.

가끔 교무님들과 시간을 함께 하며 느끼는 것들이 있다. 남을 먼저 생각해 배려하는 마음이 다른 마음보다 습관처럼 먼저 나오는 것이다. 교무님들의 이런 모습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스승의 표본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회의나 유튜브를 통한 법회를 보는 등 변화를 주고 있지만 일부에선 어른들은 이런 것들이 어렵고 배우기 힘들다는 추측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법회 또한 강행하는 곳도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습득이 힘든 어른들을 배려하는 마음이었을 테지만 비일상적인 상황이 일상이 된 지금은 배려가 아닌 무시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다수가 사용해야 그 외의 사람들 또한 함께 참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종사는 시대를 따라 학문을 배우라고 말씀했다. 시대를 따라 시대에 필요한 기능을 익히고 활용하는 법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이며, 자력양성 지자본위의 참 뜻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교육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사를 선발하는 것, 그 내용을 실 상황에 접목시키는 것. 우리는 준비부터 실시,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교단의 청년들을 필두로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려 노력한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은 물론 세대 간 융합과 교단을 향한 청년들의 애정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비대면 시대에 가장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봤다. <원불교 신문>이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들으며 현실적으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상상을 해보곤 한다.

원불교에서 훈련이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여기저기서 훈련을 취소하는 상황들을 보며 앞으로는 훈련의 형태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교당에 소수로 구성된 단원들이 모여 VR 기능을 활용해 전국 각지의 훈련원에서 훈련을 받고, 국내를 넘어 해외 각국에 있는 훈련원들을 체험하며 공부를 하는 등 가까운 미래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번 주에도 마음 모아 줌에서 만나도록 합시다”라던가 혹은 “유튜브 라이브 법회 시 출석체크는 채팅창에서 진행되니 법명을 꼭 남겨주세요” 등의 문구가 익숙해지는 날이 빠른 시일 내에 온다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비대면 시대가 왔을 때 쉽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20년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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