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가족 없는데다
소득 낮은 고령인구 150만
투명한 운영 ‘희망조약돌’
팬덤의 힘 ‘희망을 파는 사람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형 지원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2017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거대한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고령사회’다. 유엔은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대한민국이 고령사회의 첫 테입을 끊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진입 속도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지 17년만에 고령사회가 된 것인데, 이 진입속도는 115년인 프랑스, 73년인 미국, 40년인 독일과 비교해 확연히 앞선 것이다. 심지어 이 분야 탑이었던 일본마저도 24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7년을 단축했다. 

우리 사회 인구통계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1인가구의 증가다. 오래살고, 혼자사는 추이가 뚜렷하다는 것은 이 둘을 합친 1인고령가구 역시 늘어났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 셋 중 하나가 1인가구이며, 이들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지난해 홀몸어르신 인구가 150만명인데, 전라북도 인구 180만이나 광주광역시 인구 145만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어림할 수 있다. 

홀몸어르신 중 상당수가 부양가족이 없는 데다 소득이 낮다. 2018년 홀몸어르신 중 15%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는데, 차상위계층까지 더하면 전체 4분의 1 수준이다. 돌봐줄 사람도 경제적 여유도 없는 홀몸어르신들은 병고사와 우울증에 기인한 고독사에도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고독사는 거의 매일 1명꼴이며, 노인자살률은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국가와 지자체, 복지관 등이 노인돌봄을 펼치고 있지만 수입이 있는 자녀가 있다거나 신청의 어려움, 예산부족 등의 갖가지 이유로 도움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도움이 필요한 홀몸어르신 수는 64만명인데 돌봄서비스 대상자는 3분의1 수분인 24만명이었다. 
 

봉사자가 홀몸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건강과 주거환경을 살피고 있다. 사진=희망을 파는 사람들.
봉사자가 홀몸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건강과 주거환경을 살피고 있다. 사진=희망을 파는 사람들.

매일 1명꼴 고독사, 노인자살 OECD 1위
이 깊고 어두운 홀몸어르신 복지사각지대에 NGO들이 빛이 되고 있다. 가난과 질병, 외로움에 파묻힌 홀몸어르신들과 후원자 및 봉사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우리 사회 공도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희망조약돌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 깨끗한 운영과 내실있는 프로그램으로 NGO계의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이 곳은 홀몸어르신을 위한 식사지원 도시락 배달, 난방 온수 지원, 주거환경 개선, 의료비 지원, 집수리 등 다양한 국내 빈곤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희망조약돌은 기존의 NGO들에서 일하며 많은 문제점들을 지켜봐야했던 청년들이 정치나 종교와 같은 특정 이해집단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2017년 설립한 곳이다.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금 없이 사비로 설립했으며, 뜻이 있는 시민들의 후원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규모있는 NGO들이 후원금 중 많은 부분을 개인의 이익이나 선교를 위해 쓰는 등 적지 않은 비리들이 적발되는 가운데, 희망조약돌은 깨끗하고 투명한 재정과 짜임새 있는 봉사활동으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설립 3년만인 2020년 6월 대한민국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사회공헌단체 중 유일하게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월 가수 임영웅의 팬들이 모금한 9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NGO 희망을 파는 사람들(이하 희파사)역시 홀몸어르신을 위한 지원사업과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특이하게도 가수 ‘채환’의 팬클럽에서 시작된 이 곳은 1997년부터 그의 팬이자 정기후원자로 함께해오다 2015년 NGO로 거듭났다. 

작은 마을이나 골목길, 병실 등 가수는 현장에서 노래로 희망을 전하고, 그의 팬들은 지역의 홀몸어르신 및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전한다. 희파사의 이 따뜻한 팬덤의 힘은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콘서트는 물론 명상 및 108배, 즉문즉설, 마음치유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및 명상센터로 대중들을 만나며, 지난해 대한민국나눔대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봉사자가 홀몸어르신 가정에 음식을 전달하며 말벗을 해드리고 있다.
봉사자가 홀몸어르신 가정에 음식을 전달하며 말벗을 해드리고 있다.

실버영화관, 반려동물키트 지원
홀몸어르신을 위한 사업에는 특히 종교계 NGO들이 두각을 드러낸다. 국내외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따뜻한하루는 쪽방 어르신들을 위한 김치를 나누고, 1999년부터 독거노인과 저소득가정을 지원해온 우양재단은 끼니만 때우는 빈약한 식료품을 넘어 건강하고 영양가있는 친환경 먹거리를 전달하고 있다.

국내 9만여 명, 해외 7만여 명을 돕고 있는 국제개발협력NGO 지파운데이션은 홀몸어르신들에게 도시락과 함께 선풍기와 연탄, 히터 등을 지원하는 한편, 치매어르신과 그를 보살피는 가족들에게 식료품과 기저귀, 옷 등을 구입할 생활비를 기부받고 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한숲은 겨울을 앞둔 난방사각지대 어르신을 위해 한 장 1천원 정도인 연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속적인 사업 외에도 해피빈, 같이가치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프로젝트형 지원도 꾸준하다. 교통 불편 지역에 거주해 약국이나 병원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상비약들로 구성된 긴급구호키트를 지원하거나, 낙상사고를 예방할 안전바, 미끄럼방지매트, 미끄럼방지타일 스티커 꾸러미를 선물한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지원품목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에는 밥과 반찬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했다면, 이제는 즉석밥 같은 대체식을 지원하곤 한다. 그런데 전자레인지가 없으면 딱딱한 밥을 먹거나 불을 써야하는 어려움이 있어, 각 가정에 이를 지원하는 사업도 최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아가 문화소외를 벗어날 실버영화관을 꿈꾸거나, 복지관에서 미술을 배운 어르신들의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외로움을 달래주며 동반자로 살아가는 반려동물을 위한 장난감, 배변패드 키트를 마련하고 이웃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보호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렵지만 이어온 우리의 노력들
NGO들에게는 올해가 더욱 어렵다고 한다. 연초부터 코로나19로 후원 및 봉사의 손길이 꽁꽁 얼어붙은데다, 지난 여름 수해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홀몸어르신의 주거환경이 더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쪽방촌에서도 쫓겨난 홀몸어르신이 갈 곳은 기차역이자 무료급식소인데, 그나마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나 홀몸어르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 이어져왔다. 원불교봉공회는 매주 쪽방촌과 급식소에 도시락을 전달해왔으며 서울교구 봉공회와 영광교구 여성회는 반찬을, 중앙교구 청년연합회는 마스크를 공양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가운데, 더욱 어려워지는 홀몸어르신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2020년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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