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태 교무
류성태 교무

[원불교신문=류성태 교무] 국가나 사회단체에 있어서 과감한 개혁에는 지도자의 책임감과 대중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대중들의 합력이 뒤따를 때 그 개혁은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후진국들이 사회 경제적 개혁을 단행하고 근대화를 수행함에 있어서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정치 지도세력과 지식층, 그리고 민중 사이의 정신적·문화적 갭을 얼마나 메워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근대화의 지식인』(임방현)에서 언급했다. 개혁 주체로서 새겨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시사하고 있다.

종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 종단의 개혁에는 지도자의 주체의식과 신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주체자적 의식에 있어서 그 개념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객체에 상대되는 말이 주체이며, 이 주체란 상대방을 객으로 보지 않고 중심으로 삼는 주인의식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석가모니를 연원으로 삼아 “불법을 주체로 삼았다”라는 점은 불교를 미래의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체의 의미는 교의(敎義)와 제도를 주종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주체와 객체의 차이를 파악할 때 그 주종 본말의 혼선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개혁에 있어서 주종 본말을 망각하면 그 본의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에 교리정신에 주체를 두면서 여러 제도를 개혁으로 이끌자는 뜻이다. 어느 종교든 주종 본말을 상실하면서 개혁에 임한다면 일의 순서가 뒤바뀌거나 그 본의를 잃기 쉬운 일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으로 교단을 개혁으로 이끄는 주체로는 무엇보다 종교지도자들이다. 원불교 교도인 이면우 교수의 『신사고이론』에 따르면, 첫째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 마인드와 개혁 방향에 정통한 지도자(전문가)가 있어야 하며, 둘째 적어도 8~10년 이상 일관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건강해야 한다는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종교의 지도자로서 개혁 마인드가 없다면, 또한 전문 지식인이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도록 지적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는 개혁의 주체자가 될 수 없다. 

사실 개혁은 세월이 흐르면서 거스를 수 없는 일로서 개혁의 성공 여부는 누가 이 개혁의 주체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출가가 교단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할 경우 재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변혁은 지금 진행 중이라 할지라도 누가 변혁의 주체가 되는가?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아줄 것인가를 지켜만 보지 말고 스스로 앞장서는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며, 합리적 개혁의 대안 제시를 통해 개혁의 주체로서 임해야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개혁 주체자로서의 책임감이 여기에서 더욱 강조되는데, 그것은 선지자적 농부와 같이 종자 개량의 심법을 가져야 한다. 

이에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 변의품 1장에서 종자를 개량하는 주체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오늘날 개혁 주체로서 새 종자를 개량하는 정신자세로 개혁에 동참하는 책임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제 교단의 지도자들은 개혁의 주체가 되어 인간개혁, 생활개혁, 사회개혁, 종교개혁을 달성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이 같은 불교혁신의 정신이 발휘되지 못한다면 교단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책임이라는 두려움을 간직하자는 것이다.

 /원광대학교

[2020년 9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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