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현 기자
최지현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매년 이 맘때가 되면 양손 무겁게 고향을 찾아 형제 자매를 만나고, 친인척의 안부를 묻고, 고향 친구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가 명절마저 허락지 않았다. 주차장을 방불케하던 고속도로와 국도 풍경이 사라졌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북적이던 백화점과 전통시장도 한산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 당국이 고향방문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고, 조상 성묘를 하는 전통적인 추석 풍경이 올해는 비대면으로 전환돼 영상통화, 온라인 성묘로 대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몸은 거리를 뒀지만 마음만은 가깝게 나누고 소통’하라고 권고한지 9개월, 비대면 추석은 ‘사람’이 유독 그리운 이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그들은 바로 ‘독거노인’이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수는 158만 9천371명으로 2016년 127만 5천316명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는 2천 5백여 명이었는데, 이는 3년 전보다 40%가량 증가한 수치다. 

매년 명절이 되면 지역 복지관이나 시설에서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 1인가구 등에게 무료 급식, 명절 체험 등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복지관 및 시설 이용이 중단된 이번 추석은 그들을 더욱 고립시켰고, 외롭게 만들었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생필품 등의 물품 지원은 다른 해에 비해 급격하게 늘었다. 그런데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복지관의 각종 프로그램과 상담이 중단돼 외로움 속에서 희망을 잃을까봐 걱정된다. 독거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품 지원보다 사람들의 온기이다”라고 말했다.  

굳게 닫힌 문, 한산한 거리, 마스크로 꽁꽁 싸맨 얼굴. 어느새 우리는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사람’이 그리운 독거노인들에게는 관심과 안부의 눈길을 보내는 따뜻한 이웃이 더욱 간절하다.

“…교도 가운데 약하고 어려우며 불안하고 외로운 일이 있을 때 너희들이 찾아가면 그렇게 좋아하고 위안받아 한 식구가 된다고 하니 그것이 시방일가이다. 교도가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계속 돕고 살아라. 이것을 평생 신념으로 삼아야 한다.” (『대산종사법문집』 제 3집 제1편) 

‘추석 앞두고 홀로 사는 60대 남성 쓸쓸한 죽음(연합뉴스 9.29)’ 기사가 눈에 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장 끔찍한 빈곤,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이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을 돌아보자. 준비물은 ‘따스한 시선’이다.

[2020년 10월 0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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